"화가 나 의자도 던졌다"...폐경이었는데 30대라고 치료 못받아, 왜?
37세부터 분노·불안 등 나타나...4년 후 호르몬대체요법 치료 받아
30대부터 폐경기 증상을 겪은 여성이 자신의 어려웠던 치료 여정을 털어놨다. 젊다는 이유로 약 4년간 호르몬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제인 팽본(57)은 37세부터 불규칙한 생리, 불안, 분노 등 폐경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갑작스럽게 화를 내거나 업무 중 공황 발작을 일으켰다. 분노를 조절할 수 없던 제인은 어느 날 남편에게 참지 못하고 의자를 던진 적도 있었다. 그는 “남편에게 항상 화를 냈었다”며 “성욕도 감소하더라”고 말했다.
제인은 홍조와 가슴 두근거림도 경험했다. 증상이 너무 심해 운전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제인은 “업무상 출장이 잦았는데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 공황 발작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병원을 찾아 폐경에 대해 물어봤지만 “(폐경이 진행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나이다” “와인을 조금만 마시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호르몬대체요법(HRT)을 요청해도 “너무 젊고, 유방암 위험이 크다”고 거절당했다. 결국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약 4년이 흘렀다. 그동안 증상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더욱 심각해지자 제인은 41살이 돼서야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수년간 불안, 공황발작, 정서적 변화 등으로 고통받았던 제인은 치료를 받고 3일 만에 상태가 개선됐다. 그는 “적절한 HRT를 받자 3일 만에 상태가 좋아졌다”며 “이후 남편도 ‘아, 돌아왔구나’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을 회복한 제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폐경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내가 겪은 증상은 폐경기 전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몰랐다”며 “여성은 나이에 상관없이 폐경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리‧임신 하지 않는 폐경...40세 전에 발생하면 조기폐경
제인처럼 30대에 폐경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은 조기페경을 겪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폐경은 난소 기능이 떨어져 배란과 호르몬 분비 등을 못하는 것으로 생리와 임신을 하지 않는 상태다.
생리가 불규칙해지면서 보통 4주 이상 월경을 하지 않고 난포자극호르몬 수치가 매우 높으면 폐경으로 진단한다. 4주 정도 간격을 두고 두 번 검사해 40세 전에 난소 기능이 중단된 것으로 판단되면 ‘조기 폐경’, 40~45세에 진단되면 ‘이른 폐경’, 45세 이후에는 ‘페경’이라고 한다. 위 사연에서 알 수 있듯 여성이라면 나이에 관계없이 폐경이 찾아올 수 있는 셈이다.
골다공증‧당뇨병‧대사증후군 위험 높아져...조기폐경 원인은 스트레스 등
조기폐경으로 진단받으면 적어도 10년 이상 난소 기능이 떨어진 상태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저하해 골다공증 위험이 높고, 심혈관계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작용도 떨어져 당뇨병과 대사증후군 위험도 증가한다. 생식기 노화도 빨리 진행된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이 조기폐경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다. 영양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장기간 지속하면 호르몬이 불균형해지고 조기폐경에 이를 수 있다. 스트레스는 에스트로겐 수치를 감소시켜 난소에서 생성되는 난자의 성장,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
조기폐경 진단 시 여성호르몬 지속적인 보충 중요
우리나라에서의 조기폐경 발병률은 1~2%에 불과하지만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는 게 중요하다. 얼굴, 목, 가슴이 붉어지는 홍조, 배뇨 시 작열감, 감정 기복 등이 나타난다면 폐경을 의심해볼 수 있다.
조기폐경 여성은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여성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보충하는 게 좋다. 위 사연처럼 호르몬대체요법 치료 등을 정상적으로 폐경에 이르는 평균 나이까지 받을 필요가 있다. 치료를 받는 중에는 자극이 강한 음식과 카페인, 술, 담배 등을 멀리해야 한다. 골밀도 저하를 막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도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