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서 그냥 한 소리?"...진심 vs 헛소리, 어느 쪽 맞을까?

술이 전두엽 비활성화 ...말 많아지고 자제력 떨어져

술은 전두엽의 기능을 떨어뜨려 억눌렸던 속마음을 털어놓게 만들기도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한 백인 남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조지아 주 공무원 두 명에게 협박성 음성 메일을 남긴 혐의로 1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술을 마셨지만 메시지를 남긴 기억이 없으며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술에 취해 진심을 말했을까 아니면 의미 없는 헛소리를 했을까.

오하이오 주립대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게리 웡크 박사는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술이 사람을 정직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기고했다.

술은 뇌에 몇 가지 작용을 한다. 술은 해마(장기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 부위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방출을 줄여 ‘기억 정전’을 일으킨다. 술을 마시는 도중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블랙 아웃’을 초래한다. 술은 또 내인성 아편(엔도르핀)과 도파민의 방출을 유도해 행복감을 생성한다.

술은 진정, 불안 감소, 부조화, 판단력 장애를 유발하는 신경 전달 물질 GABA를 억제한다. 전두엽(대뇌 앞 부분으로 기억력, 사고력 등을 주관)과 신피질(감각, 인지, 운동 명령, 추론, 언어 등 고차원 기능에 연관된 대뇌피질)에는 GABA 수용체의 농도가 가장 높다. 술은 이 부위의 피질 기능을 마비시킨다.

술에 마시고 전두엽이 약간 비활성화되면 사람들은 말이 많아지고 자제력이 떨어져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처벌받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 행동은 일반인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기피하는 행동이다. 언어적 또는 신체적으로 전투적이 되거나 불필요하게 무례하거나 불친절하거나 소란스러운 행동, 아무렇게 말하는 행동 등이다. 사람은 어렸을 때는 ‘처벌받는 행동’을 하지만 신피질이 성숙해지면서 자신을 억제하는 방법을 배운다. 술은 전두엽 피질의 이런 기능을 억제해 ‘처벌받는 행동’을 해방시킨다.

술이 사람들을 더 정직하게 만든다는 의미일까. 술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눌려온 슬픔이나 불만을 일반적인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도록 장려한다. 술에 취하면 오랫동안 쌓인 두려움, 편견, 단순히 혼란스러운 생각 등 우리가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술에 취한 사람은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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