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들은 충치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김현정의 입속 탐험]

초콜렛을 먹다가 치아에 통증을 느끼는 어린이 모습. [게티이미지]
최근 질병관리청에서 유치 건강상태를 대표하는 만 5세와 영구치 건강상태를 대표하는 만12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2022년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만5세 한국 어린이들 충치 아동의 유치 우식 경험률은 66.4%, 치과치료가 필요한 유치 충치 유병률은 30.2%였습니다. 만 12세 어린이의 영구치 충치 경험률은 58.4%로, 즉 한국 어린이들은 10명 중 6명 정도는 유치, 영구치 구분 없이 충치가 발생한 것으로, 일상에서 구강건강 관리가 매우 부실하다는 의미입니다. 충치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달달한 간식을 먹는 만 12세 한국 어린이들은 54.9% 였으며,  치과치료가 필요한 유치 충치 유병률은 놀랍게도 6.9%였습니다. 이는 만12세 아동의 최근 1년간 치과진료 수진율이 61%로 한국 치과서비스의 접근성이 좋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구강질환은 가장 흔한 비전염성 질환 중 하나로, 약 35억명이 앓고 있습니다. 유치 충치 평균 유병률이 48%로, 국가별 어린이 충치 유병률(%)을 살펴보면, 벨기에의 30.2%에서 바레인의 80.9%까지 다양합니다. 바레인의 유치 충치 유병률이 두드러지게 높아 만 5세 어린이의 충치 유병률은 85%에 이릅니다. 바레인을 포함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인 사우디아라비아(80%), 아랍에미리트(82%), 카타르(89.2%), 오만(84.5%) 등 GCC 국가들의 평균 충치 유병률은 80.9%입니다. 신속한 구강건강 예방관리 개입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는 남태평양 피지에 사는 1~9세 어린이들의 46.7%(WHO, 2019년)가 치료되지 않은 충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지인들의 하루 설탕 소비량은 61.9g입니다. 인구 1만명당 치과의사 수는 1.2명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치과의사 수는 1만 명당 5.4명입니다.

생후 6개월부터 첫 유치인 앞니가 나오고, 6세쯤 영구치인 어금니가 나옵니다. 이 때쯤 먼저 나온 유치부터 빠지기 시작해 12세쯤이면 영구치로 교체됩니다. 그런데, 유치와 영구치는 서로 다릅니다. 유치는 총 20개이며, 영구치는 사랑니를 포함하면 모두 32개입니다. 유치는 영구치보다 작고, 둥글둥글합니다. 영구치는 유치보다 더 누렇습니다. 유치는 법랑질과 상아질이 영구치보다 무르고 얇을 뿐만 아니라, 치아 속 신경과 혈관이 들어있는 치수 부분이 더 큽니다. 또한 유치는 영구치보다 산에 더 취약합니다. 성장발육 중인 어린이는 아직 혼자 칫솔질을 넘어 양치질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어린이들은 충치가 쉽게 생기고, 한 번 생기면 신경이 있는 치수까지 빠르게 진행됩니다. 더구나, 의사 표현이 쉽지 않은 어린이나 어린 장애인들은 다수의 충치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차피 빠질 유치에 대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치 건강은 영구치 발달에 영향을 미치므로 중요합니다. 유치는 영구치가 자랄 공간을 확보하고, 성장기 어린이의 씹기, 말하기, 외모, 미소짓기 등 육체적 성장과 발육을 넘어 사회성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유치에 충치가 심해져 치아뿌리까지 염증이 생기면, 그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영구치에도 영향을 주어 영구치가 삐뚤게 나거나 제대로 발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유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아이가 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합니다. 유치가 빠진 후에는 입안을 깨끗하게 물로 헹구고, 필요하다면 동네 약국에서 파는 소독된 거즈를 물게 합니다. 혹시 외상으로 치아가 빠진 경우, 차가운 우유에 담가서 1시간 이내에 치과를 방문하면 치아를 제 자리에 넣어 살릴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외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라고 하지만,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발달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자기 외모에 대한 관심이 생깁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개인 차이가 있고, 환경적 요인으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더구나 어린이집에서 또래 어린이들이 치아가 빠진 것을 놀릴 수도 있습니다. 이 때 누구나 유치가 빠지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의 하나라고 알려 주어, 아이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유치가 빠지는 경험이 특별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을 바꾸어 주시면 좋습니다. 치아 건강과 관련된 어린이용 교육자료를 활용해 스스로 칫솔질을 할 수 있게 교육하고,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제대로 된 칫솔질을 배울 수 있게 합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은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충치 예방관리를 위한 올바른 건강습관을 체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훈육이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과거에 비해 요즘 어린이들이 과잉치나 결손치 발생이 많이 늘었습니다. 치과에서 촬영하는 파노라마 영상 취득이 가능한 시기에 파노라마 영상에서 증상이 없는 과잉치나 결손치를 확인하는 것도 좋습니다. 유치가 있고 후속 영구치가 결손된 경우, 유치를 잘 관리해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결손치 때문에 인접 치아가 기울어지거나 이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간유지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과잉치인 경우 어린이 성장발육에 따라 다르지만, 5세 이상에서 발치가 가능합니다.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장기간 추적관찰하면서, 성장이 완료된 후 임플란트 식립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충치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매일 올바른 방법으로 꼼꼼하게 칫솔질을 하는 것이 충치 예방의 기본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혼자 스스로 그나마 양치질이 가능합니다. 제대로 칫솔질이 안 되더라도 칫솔질을 놀이로 받아들이고, 식사 후에는 칫솔질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충치를 조기발견하고 예방치료를 위해 6개월마다 소아치과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치아에 불소를 사용하는 것은 충치예방에 효과적입니다. 불소는 치아성분과 결합해 치아를 단단하고 건강하게 해 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습관 관리입니다. 충치의 위험인자인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최소화하는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치를 예방하고 치아를 건강하게 하는 식품들은 우유와 유제품,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 멸치, 치즈, 양파 등이 있습니다. 이들 식품은 구강건강뿐만 아니라 평생 전신건강까지 보장합니다.

<참고문헌>

질병관리청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WHO 구강건강 보고서

Kazeminia, M., Abdi, A., Shohaimi, S. et al. Dental caries in primary and permanent teeth in children’s worldwide, 1995 to 2019: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Head Face Med 16, 22 (2020).

Huang G, Cao G, Liu J, Liu M. Global trends in incidence of caries in permanent teeth of children aged 5 through 14 years, 1990 through 2019. J Am Dent Assoc. 2024 Aug;155(8):667-678.e21.

    김현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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