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1세, 자다가 숨졌다”...사망 후에야 급사유발 '이 병' 발견, 무슨 사연?

급사 유발하는 '부정맥유발성 우심실심근증'...부모도 몰랐던 병 앓고 있어 사망 후 확인돼

건강했던 11세 소녀가 수면 중 조용히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소녀의 사인은 우심실이 약해 혈액 펌프에 어려움을 겪다가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부정맥, 돌연 심장사 등을 일으키는 ‘부정맥성 우심실 심근병증’이라고 한다. [사진=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 SWNS 'Steve Pritchard']
건강했던 11세 소녀가 수면 중 조용히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갑작스럽게 딸의 죽음을 맞이한 가족 사연을 전했다. 소녀의 아버지인 스티브 프리차드(43)에 따르면 지난 4월 딸 마틸다는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었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아픈 기색도 없었다.

하지만 다음날 스티브와 그의 아내 안나(43)는 마틸다가 수면 중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을 발견했다. 구급대원들이 약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틸다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선고를 받았다.

마틸다를 떠나보낸 후에서야 가족들은 그가 부정맥유발성 우심실심근증(arrhythmogenic right ventricular cardiomyopathy)이라는 심장병을 앓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 병은 심장 근육, 특히 우심실이 약해져 혈액 펌프에 어려움을 겪다가 급사를 일으키는 매우 드문 유전성 질환이다.

남은 가족들도 관련 검사를 했으나 다행히 심장 건강에 문제는 없었다. 현재 가족들은 마틸다의 마지막 소원인 “세상에서 쓰레기를 없애고 싶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 환경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생전 동물 애호가이자 환경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마틸다는 동네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스티브는 “비극적이고 끔찍한 일이었지만 우리 딸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방에서 들어온 혈액을 몸 곳곳으로 내보내는 역할...우심실은 폐동맥과 연결돼 있어

심장은 두 개의 심방과 두 개의 심실로 구성된다. 오른쪽, 왼쪽에 각각 한 개의 심방과 심실이 위치한다. 이 중 심실은 심방에서 들어온 혈액을 폐와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마틸다를 죽음으로 이끈 부정맥유발성 우심실심근증은 우심실의 심장근육이 지방조직이나 섬유조직으로 대체돼 부정맥, 심부전, 급사 등을 일으키는 유전성 심근질환이다. 폐동맥과 연결된 우심실이 지방조직 등으로 대체되면 우심실이 늘어나면서 심장의 수축력이 저하돼 혈액을 정상적으로 내보낼 수 없게 된다.

가슴 두근거림‧어지러움 등 나타나고 상태 심각하면 심부전‧심정지까지 발생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실신 등이 나타난다. 상태가 심각하면 호흡곤란이나 피로감, 하지 부종 등이 발생하면서 심부전이 발생한다. 심장이 멈추는 심정지를 비롯 돌연 심장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 13개 이상의 유전자(DES, DEC2, DSP 등) 변이와 관계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유전자는 데스모솜의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심근 세포와 심근세포 사이를 연결해 신호를 전달하는 데스모솜의 기능이 저하하면 심근이 근육이 아닌 지방, 흉터 조직 등으로 대체되면서 우심실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데스모솜 유전자와 관계없이 부정맥유발성 우심실심근증이 발생하거나, 가족력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약물치료‧심장이식 등 치료...완치 어려워 평소 심장 부담 안주는 습관 유지해야

치료는 약물, 제세동기 삽입, 심장이식 등이 이뤄질 수 있지만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졌다. 약물은 부정맥을 정상맥으로 전환시키거나 맥박수를 조절을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체내 수분을 감소시켜 폐나 다리 부종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제세동기는 심실세동(심실이 1분에 350~600회 수축하는 상태)이나 심정지가 발생한 뒤 재발 위험이 높을 때 삽입된다.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본인의 병을 주위에 알려 쓰러지거나 심장돌연사가 발생하면 심폐소생술 등 즉각적인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정 체중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다만 운동 강도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담당 주치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 술, 카페인은 심장 박동수와 혈압을 높이므로 가능한 피하고 금연도 필수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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