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필러 맞으면 더 오래갈까? 중요한 건 '이것'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필러는 꺼진 부위를 채우고 낮은 곳을 높여주는 주사 시술로, 간단하고 바로 일상 복귀가 가능해 인기가 많습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가히 미용 시술의 시대입니다. 수많은 저렴한 미용 클리닉들이 경쟁하듯  이벤트 시술을 내세우며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자극합니다. 마치 때가 되면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자르듯, 필러와 보톡스 같은 주사시술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가볍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특히 주사 시술을 받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대부터 노화를 예방하겠다는 목적으로 주사 시술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필러는 꺼진 부위를 채우고 낮은 곳을 높여주는 주사 시술로, 간단하고 바로 일상 복귀가 가능해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몇 분이면 끝나는 간편한 시술이더라도, 인체 내로 어떤 물질이 주입되는 것을 단순히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필러 시술을 받을 때, 더 오래 지속되는 필러를 선호합니다. 반복 시술을 위한 비용이 덜 들기도 하고, 자주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비싼 필러를 사용하면 오래갈까요?' 많은 분들에게 여쭤보면 그럴 것이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고품질의 필러는 오히려 지속기간이 짧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일정한 기간이 지나 더 깨끗하게 녹는 느낌입니다. 반면, 단적인 예로 비의료인에게 불법 시술로 이물질을 주입한 경우, 가장 큰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필러는 이런 이물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한 물질이지만, 안전한 물질이라고 해서 마음 놓고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필러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은 숙련된 의료진이 안전하게 시술할 경우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필러가 장시간 조직 내에 남아 있을 경우, 조직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쳐 탄력을 저하하고 늘어지게 만들거나, 주위 조직을 딱딱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쌍꺼풀 테입' 이나 '쌍꺼풀 액'을 사용하는 분들을 제법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당장 수술을 할 수 없는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정도입니다. 쌍꺼풀 수술이 발전하고 대중화되기도 했지만, 이런 제품들을 오래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눈꺼풀 피부가 늘어나 눈꺼풀을 더 처지게 만드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사용 후 피부가 늘어나면, 이후에 쌍꺼풀 수술을 하려고 해도 간단한 수술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분 자체의 화학적, 생물학적 안전함을 떠나 우리 조직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필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필러의 효과는 조직의 장기적인 변형을 유발합니다. 시간이 지나 필러가 흡수되고 양이 줄어들 때마다 그때그때 반복적으로 시술해서 바로 채우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필러 시술을 할 때 충분한 기간 원하는 모양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필러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깨끗하게 흡수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안전성의 문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만족스러운 미적 결과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녹아 사라지지 않는 필러는 이후 성형수술을 고려할 때도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드시 비싼 필러를 쓰라고 권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러 시술을 고려한다면, '오래가는 것'만을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기를 권하는 것입니다. 조직이 늘어나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반복적인 주사 시술을 피하고, 필러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미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러의 진정한 가치는 더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녹아 사라지는 것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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