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서 아기로 거꾸로 발육한다?”…진짜 회춘하는 생명체, 뭐길래?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빗해파리, 심한 스트레스 받으면 ‘성충’에서 ‘애벌레’로 바뀐다”...회춘 노화 연구에 큰 도움 기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에서 노인 모습의 안경 쓴 어린이 벤자민.[사진=영화 스킬컷]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 벤자민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 그는 80세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뒤,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지고 끝내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변한다.

영장류인 인간과 동물의 일반적인 생애주기는 태어나고, 자라고, 번식하고, 죽어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원칙을 깨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 자란 벌레(성충)에서 애벌레(유충)로 되돌아가는 동물을 새로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베르겐대 연구팀은 바다에서 플랑크톤으로 사는 무척추동물인 ‘빗해파리’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뭇잎 모양의 ‘성충’(엽상 성충)에서 ‘유충’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빗해파리가 굶주림과 신체적 상해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거꾸로 발육’(역발육, Reverse development)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몇 주에 걸쳐 빗해파리의 형태적 특징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애벌레의 전형적인 먹이 행동도 완전히 달라졌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조안 J. 소토-엔젤 박사(자연사학과, 박사후연구원)는 “독특한 타임머신(시간여행 기계)을 사용하는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 이런 능력을 가진 동물이 ‘생명나무 전체’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생애주기 가소성과 회춘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빗해파리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뭇잎 모양의 성충(엽상 성충)에서 유충(애벌레)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사진=조안 J. 소토-엔젤(Joan J. Soto-Angel) 제공]
회춘·노화·발달생물학 연구에 큰 도움 기대…굶주리고 몸 다치는 ‘스트레스’에 역발육?  

연구팀에 의하면 동물의 생애주기 가소성이 지금까지의 생각과는 달리 훨씬 더 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역발육 현상은 ‘불멸의 해파리’(투리톱시스 도르니, Turritopsis dohrnii)와 특정 두족류(므네미옵시스 레이디, Mnemiopsis leidyi)에서도 나타난다. 불멸의 해파리는 ‘성체 메두사’에서 ‘폴립’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빗해파리(Comb Jelly, Ctenophore)는 '유즐동물'문에 속하는 무척추 동물로 바다에서 산다. 대부분 플랑크톤 생활을 한다. 흐물흐물한 모습을 한 이 빗해파리는 감투빗해파리, 추억빗해파리, 풍선빗해파리, 넓적빗해파리 등으로도 불린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해파리('자포동물'문)와는 계통이 다르다. 이름만 비슷할 뿐이다. 열대와 극지방, 연안과 심해 등 환경을 가리지 않고 서식한다. 모두 100~150여 종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우연히 실험실에서 성충이 사라지고 애벌레로 바뀐 듯한 모습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것이 같은 개체인지 궁금했고, 통제된 조건에서 이런 회귀 가능성을 재현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빗해파리의 역발육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발달생물학, 노화 등 연구에 귀중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발달을 일으키는 분자 메커니즘과 이 과정에서 동물의 신경망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밝혀내는 데 관심을 쏟을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Reverse development in the ctenophore Mnemiopsis leidyi)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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