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vs 가정의학과·외과, 내시경 놓고 '티격태격'

내시경 검진 세부전문의 교육 인정 범위 확대하자 내과계 강력 반발

내시경 검진 기관 평가 기준 중 인증의 인정 학회 확대를 두고 내과계열과 가정의학과, 외과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정 갈등이 8개월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내시경 전문인력 교육 인정 기준을 두고 내과계와 외과·가정의학과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국가 암 검진 전문위원회'는 '검진기관 평가' 중 내시경 전문인력 교육이 인정되는 단체를 기존 소화기내시경학회와 위대장내시경학회에서 가정의학과와 외과학회로 확대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대해 가정의학회 등은 정부가 합리적 결정을 내렸다며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소화기내시경학회 등 내과계는 수용 불가를 외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검진기관 평가는 3년 주기로 병원급 이상과 의원급 검진의료기관으로 구분해 실시된다. 일반검진, 영유아검진, 구강검진, 암 검진 분야에서 검진 기관으로 적합한 지를 두고 평가한다. 지속적으로 '미흡' 등의 판정을 받으면 업무 정지나 지정 취소까지 갈 수 있어 검진의료기관에서는 항상 민감하게 반응한다.

검진기관 평가 중 위·대장 등 내시경 평가와 관련해서는 인력, 과정, 시술 및 장비, 성과 관리, 소독 등에 근거해(4주기 평가 기준) 평가가 이뤄진다.

4주기 검진기관 평가 내시경 관련 기준

특히 의원급 내시경 검진 평가에서는 대한소화기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가 인정하는 내시경 교육을 받거나, 두 학회가 운영하는 세부전문의(인증) 자격을 획득한 의사들만 내시경 전문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중심이며,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내과 개원의들 중심이다. 모두 내과계열 학회다.

가정의학과의사회와 가정의학회는 이런 기준에 대해 수년 전부터 특정 과목학회에 편중된 규정이라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또한 관련 사안에 대해 외과의사회와 외과학회 등 외과계와도 협력해왔다.

반대로 소화기내시경학회 등은 그간 학회가 체계적인 인력 교육과정을 마련해왔고, 엄격한 세부전문의 인증 기준으로 내시경 검진의 질적 향상을 이뤄왔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 과정에서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는 다른 학회로 세부전문의 교육 인정을 확대하면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가암검진 전문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내려지면서 상황이 서로 바뀌었다. 그간 전문의 교육 관련 단체 편중을 ‘카르텔’로 비유하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던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번 결정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30일 “(이번 결정은) 객관적 자료로서 대한가정의학회가 내시경 검사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밝혔다”며 “따라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5주기 검진기관 평가부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대한가정의학회의 내시경 교육과 인증에 대해 정당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정의학회와 외과학회의 내시경 세부전문의 교육을 국가가 인정한다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평가 업무 자체를 보이콧 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민건강증진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소화기내시경학회와 내과의사회는 암 검진 전문위의 이번 결정에 반발했다. 박종재 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암 검진 전문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갑자기 개최된 암 검진 전문위원회에서 일방적인 투표로 외과학회와 가정의학과의 인증의 자격증을 내시경 세부전문 의사의 자격에 인정하도록 결정했다. 회의 과정에서 우리 학회의 의견은 타 학회와 형평성을 근거로 수용되지 않았고 회의장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것도 제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학회에서 인정하는 세부전문의(인증의)는 침습적 시술인 내시경과 관련해 어려운 수련과정을 통과해야만 취득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수련과정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한 내시경 검사를 받게 만드는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내과의사회도 “소화기내시경학회와 위대장내시경학회의 학술대회와 연수강좌 등은 전공 분야와 관계 없이 모든 과에서 참석 가능하다. 특히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의 인증의 제도는 적정한 자격을 갖춘다면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취득할 수 있다”며 “외과학회나 가정의학회의 주장처럼 내시경 분야에서의 '카르텔' 운운하며 펼치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회마다 내시경 인증의를 남발하는 것은 옥상옥에 불과하며, 국가에서 인정하는 내시경 인증의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내과계, 대책 강구...외과계는 “대응 가치 못느껴”

대한내과학회를 주축으로 한 범 내과계는 연관 학회 및 단체들이 뭉쳐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내과계 관계자는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1월 중 박중원 내과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을 비롯한 내과 주요 단체 인사들이 만나 이번 사안에 대해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정의학과나 외과를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과목마다 전문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현재 의정 갈등 상황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왜 이런 결정이 갑자기 내려진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관장하는 정부와 건강보험공단 쪽에도 책임을 돌렸다. 내과계 관계자는 “학회 간에 미리 논의의 장을 마련해서 조율하는 과정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외과학회를 비롯한 범 외과계는 암 검진 전문위의 이번 결정은 당연하고 옳은 결정이기에 굳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외과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서도 가정의학과와 외과의 세부전문의 교육 인정 의견에 타당성을 느꼈다고 전해들었고, 결정을 유보하며 검토하다가 이번에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리적인 의견이 수용되어 정당한 결과가 나온 것이므로 내과 쪽에서 어떻게 나오든 거기에 대응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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