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끔찍한 ‘폭염의 추억’…청소년 자살충동까지?
일평균 기온 1°C 상승할 때마다…자살충동·행동으로 인한 청소년 응급실 방문 1.3%씩 증가
폭염과 무더위가 청소년 자살충동을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팀은 12~24세 젊은이들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사례 5만5000건 이상(2012~2019년)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기온이 1°C 높아질 때마다 자살 충동이나 행동으로 인한 청소년의 응급실 방문 건수가 1.3%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살 충동이나 행동으로 인한 청소년의 응급실 방문 건수가 봄철 하루 평균 기온(18.3°C)보다 상당히 더 높은 25.2°C에선 약 9%, 30°C에선 약 15%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사비벨 데이 박사(정신과)는 “폭염과 무더위에 따른 수면 부족 등이 청소년 자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단순한 우려를 뛰어넘어 사실로 드러난 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호주 시드니대 연구 결과, 높은 기온과 여성의 정신건강 증상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호주 커틴대 연구 결과, 노인 남성의 자살 위험이 폭염 기간 동안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에 의하면 청소년 자살 증가폭이 아직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날로 문제가 커질 전망이다. 자살은 호주 15~24세 청소년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자살 충동이나 행동으로 인한 청소년의 응급실 방문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폭염이나 무더위가 젊은이들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뜻한다.
데이 박사는 “더위 자체가 사람들의 고통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뒷받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온이 높아지면 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가 부쩍 늘어난다. 열 노출과 자살 징후 사이의 연관성을 잘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연구팀은 기온과 자살 충동의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Youth suicidality risk relative to ambient temperature and heatwaves across climate zones: A time series analysis of emergency department presentations in New South Wales, Australia)는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Australian & New Zealand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