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때문에 간 망가진 환자, '이 치료' 병행했더니...

배시현 은평성모병원 교수팀 "정신과 치료 병행때 생존기간 1.5배 늘어"

지나친 음주로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린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성 간질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와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시현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양경모 서울성모병원 임상강사, 김성환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정범석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코올성 간질환자들의 내과·정신건강의학과 협진 추적 관찰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변 등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병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간경변,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선 단주가 필수고, 전문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거나 진행 위험인자를 차단하는 등 통합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특히 알코올 중독으로 파생되는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이 동반돼 정신건강의학과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높은 거부감과 음주에 관대한 문화적 배경의 영향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흔했다.

이에 연구팀은 영국 UK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활용해 2417명의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질환 진단 후 정신건강의학과 협진 및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을 20년 동안 추적 관찰 후 결과를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은 참가자(파란색)가 대조군(빨간색)에 비해 전체 사망률·간질환 사망률·간경화 발생률 모두 소폭 낮았다. [사진=은평성모병원]
분석 결과, 전체 사망률과 간질환 관련 사망률 그리고 간경화 발생률 모두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더 낮았다. 특히 병 진단 후의 생존 기간을 뜻하는 '중위 생존 기간'은 정신건강의학 치료군에서 15.0년으로 대조군(10.1년)에 비해 1.5배 길었다.

양경모 임상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연결을 거부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이번 연구 결과에서 입증된, 생존 기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과 분자 간염(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 최근 호에 게재됐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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