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만 봐도 울컥?"...북받쳐 눈물나는 '이 감정' 이름 있다, 뭐?
연대감 높이고 연민과 친절함 장려하는 감정 ‘카마 무타’
슬픔을 느끼는 것은 아닌데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나는 경우를 종종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보지 못하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을 때, 길 잃고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비를 홀딱 맞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노년의 이웃이 당신을 위해 따끈한 스프를 끓여다 줬을 때, 공동체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군인이나 소방대원을 추모하는 장소에 갔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이 묘하지만 강력한 감정에도 이름이 있다. 카마 무타(Kama muta)다. 산스크리트어로 “사랑에 감동받다”는 의미다. 스페인 바스크대의 앨런 피스케 교수(심리인류학)가 이름 붙인 이 용어는 낯설지만 그들이 연구하는 감정을 대부분의 사람은 쉽게 받아들인다. 그동안 이름 붙여지지 않아서 그렇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름 없는 감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영국 가디언의 주말판인 옵저버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피스케 교수와 노르웨이 오슬로대 심리학과의 토마스 슈베르트와 베아트 세이브 교수는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묶어주고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진화한 감정’인 카마 무타에 대한 연구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세 명의 심리학자는 10여 년 전 수퍼히어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긍정적 상황에서 사람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감정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어린이들이 울컥하는 장면은 수퍼히어로가 무너지고 패배했을 때보다 그를 구하러 동료들이 달려오는 희망의 순간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카마 무타란? 연대감 높이고 더 큰 연민·친절함으로 행동하도록 장려하는 감정
이들 연구진은 이후 심층 인터뷰, 실험, 민족지학적 관찰을 통해 이들 감정을 과학적 개념으로 규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카마 무타라 이름 지어진 이 감정은 ‘연대감을 높이고 더 큰 연민과 친절함으로 행동하도록 장려하는 감정’으로 규정한다.
피스케 교수는 카마 무타가 과학적 구성요소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짧고 긍정적인(또는 씁쓸한) 느낌으로, ‘울컥하다(moved)’나 ‘휘감기다(stirred)’와 같이 움직임을 묘사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가슴에 온기가 돌고, 피부에 소름이 끼치고, 목이 오싹해지고 눈에 눈물이 나는 증상이 동반되며 친구, 가족, 연인 또는 같은 공동체 구성원들과 관계가 갑자기 고양되는 순간 발생한다. 감정은 30초~1분으로 짧게 지나가지만 타인에 대한 더 큰 연민을 품게 만들고 친절함을 베풀게 하는 지속성은 오래 간다.
카마 무타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용어나 정의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설명을 듣자마자 침숙함을 느끼게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좋아한다”고 피스케 교수는 말했다.
미국·영국 등 19개국 조사 결과...인생 이야기나 커플이 키스하는 동영상에 카마 무타 느껴
피스케 교수와 동료들은 2018년까지 미국과 영국, 독일, 포르투갈, 인도, 중국, 일본 등 19개국에서 카마 무타에 대한 방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긍정적인 눈물’을 불러일으킨 인생의 에피소드를 회상하도록 요청하거나 유년기~노년기 커플이 키스하는 몽타주 클립 같은 다양한 동영상을 보여준 뒤 참가자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을 때 다른 감정과 차별화된 카마 무타를 느꼈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배려하는 관계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감정이 진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카마 무타를 느꼈을 때 다음과 같은 진술에 동의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내가 누군가를 얼마나 아끼는지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안아주고 싶었다’, ‘누군가를 위해 특별히 좋은 일을 해주고 싶었다’와 같은 진술이다.
카마 무타 느낀 후...실제 가슴 주변 피부 온도도 상승
다른 카마 무타 연구자인 덴마크 오르후스대의 야니스 지그펠트 교수(사회심리학)의 이후 연구에 따르면 카마 무타를 느끼게 하는 동영상을 시청한 후 참가자들은 실제 가슴 주변의 피부 온도가 약간 상승했다고 한다. 이들 동영상이 말 그대로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참가자들의 심박수와 호흡수는 감정을 느낀 후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지크펠트 교수는 “몸을 진정시키는 무언가일 수 있다”며 “순간적으로 각성이 높아졌다가 그 느낌으로 인해 다시 기준선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야기꾼들은 청중을 사로잡기 위해 카마 무타를 불러일으키는 수법을 오랫동안 써왔다. 피스케 교수는 오디세우스가 20년간의 방랑 끝에 이타카로 귀환해 아내인 페넬로페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은 로맨틱 공상과학 영화에서 ‘월-E’(2008)가 이브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카마 무타를 느낀다.
고양이 영상 등 유튜브에서도 카마 무타 느낄 수 있어
카마 무타는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동영상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귀여운 고양이가 등장하는 동영상이 인기인 것은 인간의 부성애와 모성애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메트로폴리탄 대의 카밀라 크누센 스타이네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의 귀여움은 참가자들이 경험하는 카마 무타의 강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이네스 교수는 “유튜브는 카마무타를 위한 매개체”라며 “사람들은 이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이러한 동영상을 올리고, 이를 보는 사람들은 이를 공유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카마 무타가 정신을 치유할 수 있는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의 ‘상담 및 심리치료 통합연구소(IICP)’의 크리스티나 알레산드리니 박사는 내담자에게 차 한 잔을 권하거나 함께 산책을 하는 등 아주 사소한 몸짓이 치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담자들은 이러한 연결의 순간에 감동을 느낀다”며 “치료 과정에서 내담자의 치유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에도 영향 주는 카마 무타...투표 의사가 더 높아진다?
다른 연구자들은 특정 의식이 대규모 그룹으로 카마 무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캠페인 광고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카마 무타를 촉발하고 투표 의사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치인들은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면 정치적 분열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의 한 실험에 따르면 카마 무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공화당의 견해를 개선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효과는 9‧11 테러 몇 주 후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가 열리기 전 레이 찰스가 미국 ‘제2의 국가’로 불리는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 공연을 했을 때 국가적 자부심과 결합한 카마 무타를 불러 일으킨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카마 무타에 대한 첫 대화를 한지 10년이 넘은 지금 피스케 교수는 자신을 모든 감정의 ‘감정가(connoisseur)’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감정(카마 무타)을 발견할 때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그것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걸 느낄 때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