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중환자실 "더 이상 운영 어려워"...진료 붕괴 우려
소청과학회 “주말과 밤 당직 별도 고용 기형적 구조"...정부 지원 시급
소아청소년과학회가 소아중환자실 운용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소아중환자실 인프라도 열악한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수가나 지원체계가 미흡해 필수의료인 소아진료가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기형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회장은 24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초저출생시대에는 벗어날 수 없지만,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소아 진료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며 “소아중환자 진료는 소아의료의 질적 기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아이들은 퇴원 후에도 재입원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사망확률도 높다. 1세~3세까지 아이들은 중환이 많이 생긴다”며 “지금까지는 신생아실에 투자했다면 아이들이 좀 더 질 높은 진료를 받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소아중환자실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신생아중환자실(NICU)은 미숙아(이른둥이)와 저체중아, 고위험 신생아 등 태어난 지 1개월 미만의 중환자를 치료한다. 1개월 이상의 소아 환자는 소아중환자실(PICU)이나 성인중환자실(ICU)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소아중환자실을 제대로 갖춘 병원이 없다시피 한 데다 이마저도 운영이 어렵다는 점이다. 소아중환자실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인력만 남은 상태다.
강훈철 학술이사는 이러한 이유로 소아중환자실에 대한 정부의 수가보상이나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점을 꼽았다.
강 학술이사는 “신생아중환자실은 수가가 올랐고, 소아응급의학과는 정부와 서울시에서 지원금이 나오고 있다. 의료진은 이 지원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응급의학과가 돌아가고 있다”며 “소아중환자실은 신생아실처럼 수가 보상 체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중환자실도 중환자실, 응급실과 같이 24시간 당직 체제로 운영되지만, 보상이나 지원이 없어 의료진이 없다. 대형병원마저도 교수 2명이 소아환자들을 보는 실정”이라며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기형 회장은 “현재 주말과 밤 당직을 따로 고용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 중이다. 24시간 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수가로는 해결될 수가 없다”며 “더욱이 실질적인 지원금 없이 약간의 수가 상승만으로는 필요한 인력을 고용할 수도 없다. 결국 소아중환자실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