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가 알츠하이머를 고친다?...발병 위험 최대 70% 낮춰
당뇨병 환자 100만명 추적...'세마글루티드' 성분 효과 관찰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가 2형 당뇨병 환자에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최대 70%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의대 롱 쉬 교수팀은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 학술지 《알츠하이머병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서 세마글루티드와 다른 치료제 7가지를 복용한 당뇨병 환자 100만명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3년간 추적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세마글루티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되 소화 속도를 늦추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에 작용하는 성분이다.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거두는 작용을 한다.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로 활용되는 △위고비 △오젬픽 등의 주요 성분이다.
최근 이뤄진 전임상 연구를 보면 세마글루티드가 신경 퇴행과 신경 염증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알츠하이머병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였다.
이에 연구팀은 세마글루티드를 포함 7가지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2형 당뇨병 환자 109만4천761명의 전자건강기록(EHR) 데이터를 추출했다. 그런 뒤 3년간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다른 유형의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그룹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한 환자군에선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다른 유형의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군보다 40~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같은 효과는 환자의 비만 상태나 성별, 연령 등에 관계없이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이 결과는 세마글루티드가 당뇨병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진행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 증거"라고 밝혔다.
다만, 표준치료로 인정 받기 위해선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롱 쉬 교수는 "세마글루티드를 알츠하이머병의 대체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문명: Associations of semaglutide with first-time diagnosis of Alzheimer's disease in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Target trial emulation using nationwide real-world data in the US(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첫 진단과 세마글루타이드 간 연관성: 미국 전역의 데이터를 사용한 임상시험 에뮬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