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부터 트림 못했다"...속 아프고 방귀도 잦다는 女, 무슨 병?
트림 못하는 병 역행성 윤상인두근 기능부전 앓는 여성...증상 때문에 일상생활 어려워, 보톡스 치료 받아
트림을 할 수 없어 통증에 시달리고 외출도 하기 힘들었던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일간 더선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노샘프턴셔 케터링에 사는 로렌 페트리(34)는 트림을 하지 못해 수년 동안 극심한 복부팽만감과 경련에 괴로워하고 목에서 나는 큰 소리, 잦은 방귀에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곤 했다.
로렌이 앓는 것은 '역행성 윤상인두근 기능부전(Retrograde Cricopharyngeus Dysfunction, RCPD)'으로 목 뒤쪽의 근육이 이완되지 않아 장에서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질환이다.
그가 처음 증상을 인지한 건 열 일곱 살 때였지만, 증상이 심해진 건 2년 반 전이었다. 오랜 시간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속이 심하게 더부룩하고 불편해 누워서 쉬어야 할 정도로 컨디션이 나빠지곤 했다. 그는 “2년 반 전부터 무엇을 먹든, 마시든 만성 질환처럼 되어 버렸다”며 “아침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 컨디션이 좋다가 모든 증상이 나타나곤 했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하루 일과도 증상 발현에 맞춰 계획해야 했다. 일을 할 때는 마무리가 될 때까지 식사를 하지 않았다. 일을 끝낸 후 식사를 하고 나면 6~8시간씩 누워야 조금이나마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외출을 하는 건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갑자기 목에서 아주 크게 꾸르륵거리는 소리나 나거나 방귀가 나오기도 해 당황스러운 적도 많았다.
로렌은 2022년 11월에 처음으로 담당 의사를 찾았지만 의사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개인 치료를 받기로 하고, 다음 해 3월 목에 보톡스 주사 50 유닛을 맞았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고, 이에 같은 해 6월 한 차례 더 100 유닛을 맞았다. 이후 증상은 나아지는 듯했지만, 올해 2월이 되자 다시 증상이 나타나 한 차례 더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
그럼에도 다시 증상이 재발되어 올해 10월 런던에 있는 다른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전신마취를 받고 150 유닛의 보톡스를 한 차례 더 맞았다. 다행히 효과가 좋아 현재는 트림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치료에 총 6000파운드(약 1070만원)를 썼다는 그는 이번 시술이 영구적인 효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로렌은 “이런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산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음식을 먹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건 정말 놀랍다. 트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식도의 괄약근 이완되지 않아 트림 못하는 질환
역행성 윤상인두근 기능부전은 식도 상부에 위치한 괄약근인 윤상인두근이 이완되지 않아 트림을 할 수 없는 드문 질환이다. 우리가 음식을 한 입, 음료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공기가 함께 삼켜지며 식도와 위로 들어간다. 위에 공기가 충분히 모이면 식도로 올라가고, 윤상인두근이 이완되며 공기가 목으로 빠져나간다. 바로 트림이다. 트림은 신체가 위와 식도에 있는 과도한 공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그러나 역행성 윤상인두근 기능부전이 있는 사람은 트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위와 식도에 공기가 차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목과 가슴에서 크게 소리가 나거나 목, 가슴, 복부가 더부룩해지거나 과도하게 가스가 차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때문에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나 모임을 꺼리게 되기도 한다.
치료는 주로 윤상인두근에 보톡스를 주사하는 방법으로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한 번의 주사로 일주일 내에 트림을 할 수 있게 되며 증상이 상당히 완화된다. 한 연구 결과에서는 윤상인두근에 보톡스 주사를 맞은 후 99% 이상의 사람들이 트림을 할 수 있었고 95%가 상당한 증상 완화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일부 경우 보톡스 치료 후에도 증상이 재발하는데, 이럴 때에는 몇 달 후 추가로 주사를 맞거나 윤상인두근 부분 근절개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내시경을 통해 윤상인두근을 일부 절개해 근육을 이완시켜 공기가 위와 식도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시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