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충격 받은 뒤 '이 행동'하면 뇌진탕 의심해야
1초에 2~8번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셰이크(SHAAKE)’
머리에 충격을 받은 뒤 부지불식간에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이 뇌진탕의 징후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진단학(Diagnostics)》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의료연구기관인 매스제너랄브리검(MGB)과 뇌진탕 유산 재단(CLF)의 연구진은 “우리는 뇌진탕을 충격 후 2Hz~8Hz의 속도로(1초에 2~8번) 고개를 옆으로 흔드는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만화 속 캐릭터가 고개를 저을 때 새가 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연구진은 이를 공식 평가 지침에 추가하면 진단되지 않는 뇌진탕 횟수를 크게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매스제너럴브리검의 스포츠 뇌진탕 연구 공동대표인 댄 나네쉬바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뇌진탕과 관련이 있다는 일반 대중의 이해는 매우 높지만 가이드라인이나 의학 문헌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동작”이라고 말했다.
‘운동학적 사건 후 자발적인 머리 흔들기(spontaneous headshake after a kinematic event)’의 약자를 따서 ‘셰이크(SHAAKE)’라 명명된 이 행동과 뇌진탕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고등학교, 대학, 세미프로팀에서 뛴 수백 명의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대다수의 젊은 운동선수들이 이 제스처에 익숙하고 한 번 이상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4건 중 거의 3건에서 셰이크를 한 뒤 뇌진탕에 걸렸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참가자들이 보고한 뇌진탕은 종종 자가 진단이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머리를 흔드는 근본적인 이유(예: 방향감각 상실 또는 혼란, 공간 지각의 변화)는 뇌진탕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증상과 일치했다. 논문을 검토한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UW매디슨)의 줄리 스탬 교수는 “몇 십 년 전만 해도 뇌진탕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의식을 잃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런 심각한 증상이 아니더라도 더 미묘한 징후가 수반된다는 것이 상식이 됐다”며 “증상의 심각성이 항상 부상의 심각성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응답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뇌진탕의 징후로 셰이크를 공식적으로 인식하면 진단되지 않은 뇌진탕의 최대 3분의 1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네쉬바르 교수는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셰이크는 접촉 후 머리를 움켜쥐거나, 일어나는 속도가 느리거나, 균형을 잃는 것과 함께 신뢰할만한 뇌진탕의 신호”라며 “셰이크를 보이는 운동선수는 경기에서 제외하고 뇌진탕 여부를 진단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미국 전미미식축구리그(NFL) 마이애미 돌핀스의 쿼터백 투아 타고바일로아가 경기 도중 쓰러진 것이 뇌진탕 후유증으로 인한 운동 실조증 때문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뒤 NFL과 NFL선수협회는 뇌진탕 프로토콜 개정에 합의했다 운동 실조증을 겪는 선수의 경기 출전을 제한하기로 한 것. 연구진은 경기 중 타고바일로아가 여러 차례 셰이크를 보였음을 지적하며 이를 바탕으로 뇌진탕 진단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NFL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앨런 실스 박사는 이와 관련 “NFL의 의료 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새로운 연구를 검토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연구의 저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이러한 연구 결과를 전문가와 논의하고 자체 데이터를 검토해 이러한 연구 결과를 재현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mdpi.com/2075-4418/14/20/231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