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확 늦추는, 직업도 있다?”...최대 5년 발병 늦어

‘이중언어 사용자’에 속하는 통번역자를 비롯해 이민자·외국어신문구독자 등, 치매 최대 5년 더 늦게 걸릴 수 있어…뇌 '해마' 분석 결과 드러나

일상생활에서 이중언어를 쓰는 사람은 치매 발병이 최대 5년 늦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의 해마(Hippocampus)를 분석한 결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훨씬 더 늦게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컨커디어대(Concordia University) 연구팀은 이중언어 사용자는 단일언어 사용자에 비해 치매 발병을 최대 5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뇌의 해마(Hippocampus)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두 가지 이상의 말을 쓰는 사람을 ‘이중언어 사용자’라고 한다. 여기에는 이민생활자를 비롯해 번역가, 통역사, 외국어 신문·방송을 거의 매일 보는 사람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쾌거의 숨은 공로자로 영국 번역가(데버라 스미스)가 주목받았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크리스티나 콜터 연구원(박사과정)은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주요 영역이며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해마에서 뇌 물질이 더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령, 교육, 인지기능, 기억력을 고려했을 때 이중언어 사용자의 해마가 단일언어 사용자의 해마보다 눈에 띄게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콜터 연구원은 나탈리 필립스 교수(심리학, 노화치매 감각인지건강)와 함께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신경영상 방법을 이용해 언어 및 노화와 관련된 뇌 영역의 뇌 회복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인지적으로 정상이거나, 주관적 인지 저하나 가벼운 인지장애(경도 인지장애)의 위험 상태에 있거나,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단을 받은 단일언어와 이중언어를 쓰는 노인의 뇌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에는 ‘신경퇴화 및 치매 종합평가 연구(COMPASS-ND)’ 참가자 356명과 ‘알츠하이머병-퀘벡 조기진단 컨소시엄(CIMA-Q)’ 참가자 175명의 데이터가 쓰였다.

필립스 교수는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인지적, 사회적 참여를 촉진하는 방법 중 하나이며, 이는 뇌 건강을 증진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중언어 사용은 뇌의 회복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활습관 요인 중 하나다. 이중언어 사용 등 정신적 자극은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숙면 등과 함께 뇌 기능이 나빠지는 걸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뇌의 회복력은 노화와 관련된 변화에 대처하는 뇌의 능력을 나타내는 개념이며 뇌 유지력, 뇌 예비력, 인지 예비력 등 세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뇌 유지력은 나이가 들어도 뇌의 형태와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이다. 뇌 예비력은 뇌가 알츠하이머병 등과 노화로 뇌가 손상되거나 위축되더라도 여분의 부피나 용량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뇌의 크기와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인지 예비력은 뇌가 손상되거나 노화와 관련된 위축을 겪은 뒤에도 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대체 경로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지 예비력이 좋으면 평생 동안 쌓인 인지적 유연성 덕분에 언어, 기억 등 특정 기능과 관련된 뇌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Bilinguals show evidence of brain maintenance in Alzheimer's disease)는 ≪이중언어 사용: 언어와 인지(Bilingualism: Language and Cognition)≫ 저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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