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이 다 터졌다"...50대男 다리 발진, '이것' 부족한 탓?

과거 해상 선원들에게 치명적이던 괴혈병...비타민 C부족으로 괴혈병 환자 늘고 있다는 보고

서호주 찰스 가드너(Sir Charles Gairdner)병원 의료진은 실직한 한 50대 남성이 다리에 원인 모를 발진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은 사례를 BMJ Case Reports에 보고했다. 환자가 병원에 있는 동안 발진은 퍼졌고 두 다리 모두에 멍과 붓기, 통증이 심해졌다. [사진 출처=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BMJ Case Reports) 미국 뉴욕포스트 보도 갈무리]
수세기 전에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진 괴혈병이 가공식품 섭취 증가나 체중 감량 수술 증가로 다시 발생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의학적 주장이 제기됐다.

괴혈병은 비타민 C부족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으로, 역사상 긴 항해를 하던 해상 선원들의 집단 사망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례로 1519년 출발해 1522년에 귀환한 포르투칼의 마젤란의 함대는 세계 일주 항해 도중 괴혈병으로 인해 전체 선원의 80% 이상이 사망했다. 해상에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의 부족으로 인해 괴혈병이 급속도로 퍼졌고, 사망률이 매우 높았던 것. 18세기 후반에 들어서 비타민 C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됨에 따라 항해 중 선원들에게 레몬과 라임을 더 많이 섭취하게 함으로써 괴혈병은 크게 줄었다.

서호주 찰스 가드너(Sir Charles Gairdner)병원 의료진은 실직한 한 50대 남성이 다리에 원인 모를 발진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은 사례를 '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BMJ Case Reports)'에 최근 게재했다. 의료진은 이 남성의 증상 원인을 찾고자 검사했지만 염증성, 자가면역 및 혈액 질환 검사가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스캔 결과 내부 출혈의 증거는 없었고, 피부 생검에서도 단서를 찾지 못했다.

환자가 병원에 있는 동안 발진은 퍼졌고 두 다리 모두에 멍과 붓기, 통증이 심해졌다. 마침내 영양 검사에서 비타민 C 수치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다른 영양 결핍도 발견됐고, 괴혈병으로 진단됐다.

비타민 C 결핍 상태에서는 혈관 벽이 약해지고 모세혈관이 쉽게 파열되므로, 피부 아래에서 출혈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사례의 환자 다리에서 보듯 피부가 붉거나 보라색의 발진이 생기며 멍처럼 보이기도 하고 통증을 동반할 수 있다. 이런 발진 현상은 특히 다리에 자주 나타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종, 통증, 멍이 동반된다.

의료진은 그의 생활 환경이 열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환자의 식사는 대부분 가공식품으로 구성됐고 채소나 과일이 부족했다. 끼니를 거르는 일도 잦았고, 위우회술 후 처방된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를 더 이상 복용할 수 없어서 중단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그는 8년 전, 체중 감량을 위해 위의 큰 부분을 제거하는 슬리브 위절제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괴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수 영양제를 처방 했다. 이 처방에 따라 그는 매일 비타민 C 1,000밀리그램, 비타민 D3 125마이크로그램, 엽산 5밀리그램, 그리고 종합비타민을 섭취했다. 병원 영양사는 그에게 매일 레몬을 먹을 것을 권하는 등 식단 계획을 세워줬다. 이 후 발진이 가라앉았고, 소변에서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았다.

의료진은 "괴혈병은 선진국에서는 과거의 질병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제는 고령자, 알코올 중독 환자, 정신적 또는 발달적 문제를 가진 어린이들에게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중감량 수술이나 식단 변화로 비타민 C 부족한 현대인들...괴혈병 환자도 늘어

괴혈병(Scurvy)은 비타민 C(아스코르브산) 결핍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과거 해상 생활을 하던 선원들에게서 주로 발생하던 병이었다. 비타민 C는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가공식품에 의존하고 과일채소를 덜 먹는 식단의 변화, 경제적 문제, 체중 감량 수술 등의 요인으로 인해 비타민 C 결핍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 면역 기능 유지, 상처 치유 및 항산화 작용에 필수적인 영양 성분이다. 비타민 C가 충분하지 않으면 신체의 다양한 기능이 손상되고, 그 결과 괴혈병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 괴혈병 발생률은 2016년 10만 명당 8.2건에서 2020년 10만 명당 26.7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환자들은 대체로 젊고, 남성이며, 비만이고, 저소득 가정 출신이었다. 약 65%는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오랜 시간 동안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지 않으면 비타민 C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주로 가공식품을 섭취하거나 식단의 불균형이 있으면 괴혈병 위험이 높아진다. 체내에서 비타민 C의 흡수나 대사에 문제가 있는 위우회술(비만 수술), 신장 투석, 알코올 중독, 정신병력, 섭식 장애 등도 비타민 C 결핍을 유발할 수 있다.

비타민 C는 콜라겐 형성에 필수적이므로 결핍되면 피부에 멍이 잘 들고, 발진이 나타난다. 출혈이 쉽게 발생하고, 피부가 붉거나 보라색으로 변할 수 있다. 잇몸이 부어오르고 쉽게 출혈이 발생하며, 치료하지 않으면 치아가 약해져 결국 빠질 수 있다. 괴혈병이 진행되면 근육과 관절에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리에 통증이 흔히 나타난다. 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증도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 C 결핍은 철분 흡수를 방해해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상처 치유를 지연시키고, 상처 부위에서 염증이 잘 생기며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괴혈병은 치료가 매우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비타민 C 보충제를 하루 1,000mg 정도 섭취하거나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식단에 추가하면 증상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로는 오렌지, 레몬, 키위, 브로콜리, 딸기, 감자 등이 대표적이다. 괴혈병 증상은 24~48시간 내에 호전되며, 완전 회복은 1~2주 정도 걸린다. 다만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출혈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인식과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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