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치매약 '도나네맙', 영국에선 NO? 당국 “약가 너무 비싸”

1년에 4000만원 이상... "환자 삶의질 상승 효과 고려해야" 반론도

[사진=일라이 릴리]
현재까지 승인된 약물 중 알츠하이머병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을 영국 보건당국이 거부할 수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22일(현지 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가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상품명 키순라)’의 사용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이 약물의 높은 가격 때문이다.

릴리 측이 지난 7월 도나네맙의 미국 식품의약품(FDA) 승인 당시 공개한 가격은 1회 투여에 695.65 달러(약 96만원)으로, 12개월 치료시 445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기존에 승인된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보다 약 20% 비싼 수준이다.

NHS는 영국 국민의 치료를 보장하는 공공의료 시스템이다.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NHS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환자들이 높은 약가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NHS가 고가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텔레그래프는 “NHS는 레카네맙도 가격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며 지원을 거부한 바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도나네맙의 급여 적용 거부 역시 예상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의 약가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산하 ‘영국 치매연구소’ 소속 존 하디 교수는 “단순 계산했을 때 도나네맙의 가격이 더 비쌀 수 있지만, 사실상 무기한 투여해야 하는 레카네맙과 달리 도나네맙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적정 수준까지 제거되면 투여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디 교수는 “NHS는 부작용의 위험이 크고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레카네맙을 거부했지만, 임상시험에서 도나네맙은 인지 기능 저하를 약 35% 늦추고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27% 막는 등 훨씬 효과적인 약물임을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스톡스 릴리 영국 지사 총책임자 역시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는 경제적, 사회적 이점과 더불어 환자의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질 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NHS가 계산법을 바꾸지 않으면, 환자들이 혁신적인 치료법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릴리 측은 23일(현지 시간) NHS의 결정에 대한 공식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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