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전에 생리해도"...젊은층 유방암, 빨라진 사춘기 때문?
이른 생리와 늦은 출산으로 호르몬 분비 변화
미국에선 50세 미만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지난 20년 동안 15% 이상 늘었다. 왜 유방암에 걸리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을까. 미국 방송 ‘NBC 뉴스’는 그 원인을 분석했다.
한국의 유방암 연령대는 2021년 기준 40대 환자 수가 8589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50대 8447명, 60대 5978명, 70대 2611명, 30대 2096명 순이었다. 진단 중간 나이는 2000년 46.9세에서 2010년 이후 50세 이상으로 지속해서 높아져 2021년에는 53.4세로 집계됐다. 20년 만에 6.5세가 높아진 셈이다. 발병 연령대는 높아졌지만 40대 이하 젊은 환자가 줄지 않고 있다.
연구자들은 빨라진 사춘기로 인해 호르몬 분비가 달라진 것이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성장하고 확산되는 데 필요한 종양 아형인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ER+)이 증가하고 있다. 이 암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흔하다. 젊은 여성의 유방암도 대개 이 유형이다.
여성이 생리를 일찍 하고 첫 아기를 늦게 갖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의사들이 있다. 듀크 헬스의 종양학자 알렉산드라 토마스 박사는 "여성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에스트로겐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흑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사춘기 연령은 수십 년 동안 낮아져 왔다.
워싱턴대 사이트만 암 센터의 분자 역학자인 아데툰지 토리올라 박사는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이러한 생식 요인이 유방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50년부터 1969년까지 태어난 여성의 생리 기간은 평균 12.5세였다. 여학생의 초경이 11세 이전인 경우는 9% 미만이다. 이 여성 중 0.6%가 9세 이전 또는 매우 이른 시기에 생리를 시작했다. 2000∽2005년 출생한 여자는 평균적으로 12세가 되기 직전에 첫 생리를 했다. 이는 40~50년 전에 태어난 여아보다 반년 이르다. 11세 이전 초경의 비율도 15.5%로 늘었다.
한국의 경우 초경 나이는 1970년대에 평균 14.5세였지만 최근에는 12.5세로 낮아졌다.
뉴저지 밸리 헬스 시스템의 종양학 책임자인 엘레오노라 테플린스키 박사는 "11세 이전에 생리를 시작하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고 말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녀가 생리를 할 때마다 평생 유방암 위험이 약 5% 증가한다. 여성 약 5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10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한 소녀는 12, 13세에 유방이 발달하기 시작한 소녀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2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월경을 시작하면 난소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방출된다. 두 가지 모두 호르몬 민감성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유방암의 약 75%는 프로게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과 같은 하나 이상의 호르몬에 민감하다.
다나-파버 암 연구소의 책임자인 앤 파트리지 박사는 아기를 낳으면 일시적으로 여성의 유방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위험은 약간 낮아진다고 말한다. 그는 "30세 이전에 자녀를 둔 여성은 장기적으로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면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첫 임신 나이가 많을수록 단기적으로 더 높은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젊은 신체가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데 더 능숙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내분비 교란 물질로 알려진 화학 물질과 같은 환경 독소와 유방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올해 초 독성학 저널 프론티어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판지를 포함한 식품 포장에 유방암과 관련된 약 200개의 화학 물질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부 연구에 따르면 에스트로겐 전용 피임약을 사용하면 여성의 유방암 위험이 약간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비만도 유방암의 다른 원인일 수 있지만 그 연관성은 복잡하다. 비만은 사춘기를 유발할 수 있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또 유방암 위험을 최대 30%까지 높일 수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는 폐경 후 여성, 특히 여성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만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