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 결과 1시간 만에 얻을 날 멀지 않았다”
목표 생체지표를 음파로 분리해 신속검사해주는 휴대용 혈액검사기
가는 침으로 소량의 피만 뽑는 휴대용 혈액검사기로 1시간 만에 혈액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CU볼더)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현재의 혈액 검사는 바늘이나 주사기로 바이알 1개 이상 분량의 혈액 채취가 필요하며 실험실에서 결과를 얻는 데 몇 시간 또는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휴대용 검사기는 음파를 사용해 혈액 샘플을 미세한 생체지표로 분리한다.
연구진은 피를 뽑아서 정확한 판독값을 제공하는 전체 검사과정이 70분 이내라고 소개했다. 연구책임자인 CU볼더의 와이어트 쉴즈 교수(화학 및 생물공학)는 “사용자 친화적이면서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하고, 단기간에 귀중한 진단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혈액 한 방울로 수백 개의 생체지표를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 유명인사가 있다. 현재 사기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생명공학벤처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연구진은 이 새로운 장치가 다르게 작동하며 체계적인 실험과 동료 검토를 거친 검증된 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쿠퍼 쏨 연구원은 “(테라노스)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언젠가 비슷한 일이 가능해지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그 목표를 향한 한 걸음이지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과학의 뒷받침을 받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또는 임신검사와 같은 신속 검사는 바이러스나 단백질과 같은 단일 생체지표가 혈액이나 소변에 존재하는지 여부 판독은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생체지표의 양을 감지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신기술은 혈액 샘플 내부에 다양한 생체지표를 포착하도록 설계 가능한 ‘기능성 네거티브 음향 조영제 입자(FNACP)’를 사용한다. 이 장치는 주사기로 혈액 샘플을 채취한 뒤 이 입자와 혼합한다. 음파가 그 입자들만 분리해 수집실로 몰아넣고 나머지 혈액 샘플은 걸러낸다. 그런 다음 레이저를 사용해 각각 형광 태그가 부착된 입자 사이에 존재하는 각 생체지표의 양을 평가할 수 있다.
쏨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음파를 사용해 입자를 조작함으로써 아주 작은 양의 유체로부터 입자를 신속하게 분리하는 기술”이라며 “혈액 생체지표를 측정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쉴즈 교수는 “병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급성 호흡기 질환 또는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말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혈액검사기가 임상현장에 사용되기 전까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진은 벌써부터 손가락에서 뽑은 소량의 혈액으로 중요한 의료 정보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날을 상상하고 있다. 더욱이 이 검사기는 추가 주사가 필요한지, 특정 알레르기가 있는지, 특정 암과 관련된 단백질을 운반하는지 여부도 판정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o9018)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