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감정 덜어주는 대화형 기기 개발

김차중 유니스트 교수팀 "심리상담 대체 가능성"

불안 애착을 가진 사람은 대인관계 어려움을 느끼고 스스로 자신을 숨기는 등 특징을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안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우울증을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김차중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은 불안 애착 성향자들의 부정적 감정을 관리·개선해주는 '감정 관리 디지털 디바이스'를 구현했다고 22일 밝혔다.

불안 애착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유대 관계에서 비롯되며 올바른 애착이 형성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도 부정적 영향이 남는다. 주로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대인관계에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을 자주 느끼고 통제하기 어려워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인구의 약 20%는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김 교수는 먼저 불안 애착 성향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이들이 어떤 상황에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총 9가지 유형을 파악했으며 그중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3가지를 추출했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걱정) △자기 비하 △성취 부족 등이다.

디바이스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된 프린터 형태로, 질문이 인쇄되고 답변을 유도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끈다. 김 교수는 "집에 와서 사용자의 하루를 회상하게 해주는 역할을 기기가 한다"며 "앱에서 미래 불안, 성취 부족 등 감성 상태를 고르면 오늘 하루는 어땠느냐, 언제 부정적 감정을 느꼈느냐 등 프린터가 질문지로 물어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위쪽) 디바이스의 실제 모습과 (아래쪽) 참가자가 디바이스에서 나온 질문지에 답변을 적은 모습.  [사진=울산과학기술원]
기기가 사용자의 부정적 감정을 인식했으면 글이 적힌 종이를 프린트한다. 먼저 사용자가 느낀 부정적 감정에 대해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그런 뒤 사용자에게 부정적 감정을 느낀 이유에 대해서 작성하도록 한다. 김 교수는 "짧은 글을 써보며 일상을 회고하는 과정 자체가 부정적 감정을 완화하는 데 심리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디바이스의 유용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실제 불안 애착 환자 6명을 대상으로 기기 사용을 유도한 뒤 2주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부정적 감정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참가자들은 긍정적인 생각을 더 하게 되고 스스로 감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 참가자는 "나쁜 하루였지만 좋은 순간을 떠올리며 기분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하게 됐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불안애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전문가 심리상담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추후 병원에서 이 기기를 권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로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이 어렵거나 쉽게 상처를 받는 분 혹은 조직 생활에서 자신을 숨기거나 드러내기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디자인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Design)》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Mitigating Negative Emotions in Anxious Attachment through an Interactive Device(대화형 기기를 통한 불안애착의 부정적 감정 완화)'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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