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할인 관리" 외친 정부...의료계 압박 카드?

"우리와 협의한다고 해놓고 정부가 일방 발표" 의료계 반발

정부는 검체검사 검사료에 대한 의료기관과 수탁검사기관 분배율에 대해 관리 강화를 예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병의원과 진단검사기관에서 행해지는 검체검사료 할인(분배)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개원가는 이에 대해 용역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협의하기로 했던 것인데, 의정 갈등 와중에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의료계에 대한 겁박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급여과는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남인순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에 "검체검사 위·수탁 관행의 개선과 검사의 질 관리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련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의료계와 협의 중에 있으며, 고시 시행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서면으로 답했다.

또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할인행위 발생 때 검사료 삭감, 인증기준 사전 승인 등 인증기관 관리 강화를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십수년째 계속...해묵은 검체검사 검사료 할인율 논란 뭐길래

병원과 개원가 등 상대적으로 작은 의료기관은 자체 검사 시설이 없기 때문에, 각종 진단 검사를 위해 채취한 검체(혈액, 체액 등)를 전문진단검사기관에 위탁한다. 이 때 검사를 의뢰한 의료기관은 '위탁기관'이고 의뢰받은 검사기관은 '수탁기관'이 된다.

여기에 대형 검사기관들이 등장하면서 중소규모 수탁검사기관들은 관행적으로 검사료의 일부를 의료기관에 배분했다. 수탁검사기관이 검사료를 직접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위탁기관인 의료기관이 위탁검사관리료(10%)와 검사료(100%)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 뒤, 검사료 전부를 수탁기관에 주지 않고 일정 비율을 떼는 방식이다.

뇌관은 지난해 초에 터졌다. 정부가 고시 개정을 예고하면서 의료기관의 검사료 수입(할인율 적용) 비율을 인증 취소 기준 중 하나로 넣으면서 의협과 개원가들의 반발을 샀다. 할인율 정도를 점수화해 인증 취소와 연동하겠다는 개념이다.

결국 대한의사협회와 개원가는 고시 재검토를 정부에 요청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의료계가 공식적 반대 의사를 전달해 추진이 보류됐다. 대신 제도 개선 관련 용역 연구를 추진하고, 그 결과를 놓고 협의해 새로운 개선안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의약품·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검진판 리베이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1대 국회 당시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이게 1~2년 전부터 나온 관행이 아니다. (십수년 전부터) 굉장히 오래된 일"이라며 "소위 말하는 리베이트나 할인인데 이런 관례로 진행이 많이된 상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됐다가는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가게 되고, 수탁기관 검사도 부실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정 사전 합의는 어디에?"...의료계 당황스런 표정

당시 개원가 등 의료계는 리베이트 지적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건강보험 수가의 양대 축인 '상대가치점수' 구성상 '위탁검사관리료' 외에 '검사료'에도 의료기관과 의사의 몫이 분명히 주장한다.

검체검사 검사료 상대가치 구성. 검사료에도 설명과 채취 등 의료기관의 몫이 있다고 의료기관 측은 말한다. [사진=보건복지부 자료 재구성]
검체검사 위탁 때 검사료 상대가치 구성을 보면, 의사 업무량이 3% 포함되어 있다. 또한 상대가치 중 97%를 차지하는 진료비용의 60% 정도가 직접비용이다. 이 부분에는 위탁기관(의료기관)의 역할인 검사설명과 채취가 녹아있어, 결국 어느 정도 의료기관과 의사 몫이 들어있다는 입장이다. 할인이라는 용어도 일부 수탁기관이 사용하는 용어인데, 이를 정부 고시에 언급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할인율 단속 의지를 내비친 것은 의정갈등 상황에서 의료기관과 의사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료계 일각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사료 분배가 화두에 올랐을 때, 의협과 개원가의사회, 정부가 합의해 고려대의대에 용역 연구를 맡겼다. 그 연구결과를 토대로 의료계와 협의 하에 개선방안을 결정하기로 중지를 모았다고 한다.

한 개원가의사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용역 연구가 완료됐다. 전체적으로 검사료에 대해 의료기관과 검사기관이 자율 정산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계와 약속을 하고서 국감 서면답변에서 고시 개정을 언급하고, 검사료 분배를 할인이라고 복지부가 언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검사료 분배가 없을 때 중소 수탁검사기관이 경쟁력을 얻기 힘들고 대형 수탁기관만 독점하게 되는 측면, 그리고 수탁검사기관의 검사료 직접 청구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탁검사업체가 검사비용을 직접 청구해 지급 받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는 "원칙적으로 보험자는 수탁기관(검사기관)에 검사료를 직접 지급하고, 위탁검사관리료를 위탁기관(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위탁기관에서 수탁기관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흡해 수탁기관이 심평원에 직접 청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에 위탁 및 수탁기관 직접 지급 규정 마련을 위해 법령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수탁검사기관 관계자는 "소형 수탁기관은 청구시스템조차 없는 곳이 많다. 개인정보 제공도 문제고, 비용적으로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탁검사기관이 검사료를 직접 청구하고 받는 것으로 변경된다고 해도, 심평원으로부터 삭감(심사조정) 될 때의 문제는 어떻게 할지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면 답변 내용이 전부"라며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답변했으니 같이 논의할 예정"이라고 짧게 말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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