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장병 환자 '이 식단' 어때요?… "대사성 산증 개선"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교수팀, '한국형 지중해식단' 효과 연구
지중해 식단이 만성 신장병 환자의 대사성 산증을 개선하고 신장 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이정은 신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지중해 식단이 만성 신장병 환자의 칼륨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대사성 산증을 개선하고 신장을 보호한다고 22일 밝혔다.
지중해 식단은 △통곡물 △채소와 과일 △흰살 생선 △올리브오일 위주로 먹고 붉은 육류나 설탕 섭취를 지양한다.
만성 신장병 환자는 신장 기능이 나빠져 칼륨 배출 능력이 감소하면서 '고칼륨혈증' 위험이 높아진다. 이 병은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칼륨과 함께 단백질 섭취도 주의가 필요하다. 단백질은 대사 과정에서 질소 노폐물을 생성해 신장에 부담을 주고 신부전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신장재단은 2020년 진료지침에 만성 신장병 환자 권장 식단 중 하나로 지중해식 식단을 꼽았다. 하지만 지중해식에 포함되는 △바나나 △시금치 △감자 등은 칼륨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인 식습관을 반영한 '한국형 지중해 균형식'을 개발, 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환자식과 효과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기존 지중해식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나트륨, 단백질, 칼륨 섭취를 줄이는 식단을 만들었다. 국 대신 숭늉을 먹는 방법 등을 통해 나트륨 섭취는 줄이고 단백질 섭취 비중은 1kg 당 0.8g로 기존 지중해식 대비 0.2g 낮췄다. 곡류, 과일, 채소 등 식이섬유는 늘리고 칼륨은 줄일 수 있도록 과일, 채소 껍질은 제거하고 삶거나 데쳐 먹을 수 있게 했다.
신장 기능이 정상에 비해 15~59% 감소한 신부전 환자 50명을 25명씩 두 그룹으로 나눴다. 두 그룹은 4주간 지중해식과 기존 환자식을 교차로 섭취한 후 신장 기능 및 영양소 섭취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지중해 식단을 섭취한 환자군은 식이지방, 식이섬유, 니아신의 섭취량이 증가한 반면, 나트륨과 구리 섭취량은 감소했다. 신체의 산·염기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총 이산화탄소 수치도 증가했다.
이런 효과들은 신장병 환자들이 흔히 보이는 대사성 산증을 관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는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산성화를 유발하는 대사 물질이 몸속에 쌓여 장기에 악영향을 주는 병이다. 주로 △두통 △설사 △혼수 △경련 등 증상이 나타난다.
또 식단 섭취 후 칼륨 섭취량은 약간 증가했지만 혈청·소변의 칼륨 수치에는 변화가 없었다. 신장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진 환자들도 지중해식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결과였다. 섭취한 환자의 신장 기능도 잘 유지됐다.
이지원 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이 만성 신장병 환자들의 건강 관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한국인 대상 연구가 신장병 환자의 식이 관리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