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문턱’ 낮추면…이렇게 많은 생명 구할 수 있다?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BMI 30이상 또는 27~30미만이고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중 하나 이상 앓는 사람 등이 최적 투여 대상...미국서만 사망자 연 4만명 줄일 수 있어
비싼 약값 탓에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를 쓰기 힘든 사람들에게 비만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면 미국에서만도 매년 4만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 보건대학원, 플로리다대 공동 연구팀은 미국 전체 인구의 체질량지수(BMI: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과 관련 사망률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오젬픽 등 비만약을 쓸 필요가 있는 모든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면 미국에서 연간 최대 4만2027명의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추정치에는 비만 합병증에 특히 취약한 제2형당뇨병 환자 중 약 1만1769명의 사망자가 포함된다. 연구팀은 현재의 제한된 접근성 조건에서도 주로 민간보험에 가입한 사람 8592명의 생명을 매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74%가 과체중이며, 그 가운데 약 43%가 비만으로 추산된다. 비만은 제2형당뇨병, 심혈관병, 특정 암과 같은 질환을 악화한다. 최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등의 도입으로 체중 감량에 큰 효과를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침에 따르면 비만약은 BMI가 30 이상이거나, BMI가 27~30미만이고 제2형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비만 관련 질환이 하나 이상 있는 사람에게 처방할 수 있다. 다만 제2형당뇨병 환자는 모두 당뇨병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BMI가 25를 초과하는 사람이 비만약을 투여하면 체중이 줄어든다. 따라서 BMI가 30 이상인 사람은 모두 최근 시판된 주사용 비만치료제를 투여받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에선 민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으면 한 달에 1000달러(약 137만원)가 넘는 약값을 부담해야 비만치료제를 쓸 수 있다. 노인을 위한 공공보험인 메디케어는 이런 비만약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비만약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많은 사람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위고비(4주 분 주사제 1펜, 제약사 출고가 37만원)의 소비자 가격은 최대 1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비만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문턱을 낮추는 조치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체질량지수(BMI)와 관련된 사망 위험, 비만 유병률, 높은 비용과 건강보험 제한으로 인한 약물 접근성 제한에 대한 데이터를 통합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예일대 보건대학원 앨리슨 갈바니 교수(역학, 미생물병)는 “비만약과 관련한 재정 및 건강보험 적용의 장벽, 생산능력 제한 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면 비만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Estimating the lives that could be saved by expanded access to weight-loss drugs)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