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에 서울대병원 실적 급전직하...상반기 1628억원 적자
서울아산·세브란스·성모병원도 100억~200억대 적자
2월 시작된 의정갈등으로 대학병원 경영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올해 상반기 대부분 병원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손실을 입었고, 특히 빅5병원 중 4곳이 총 2135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7개 의료기관 중 7곳을 제외한 30곳이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국공립의대 소속 12개 의료기관의 상반기 평균 당기순손실은 278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85억6000만원) 대비 적자 폭이 192억여원 확대됐다.
이중 서울대병원의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1627억9000만원으로 압도적으로 컸다. 전년 동기(1111억6000만원)에 비해서도 손실이 516억여원 늘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418억8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 308억여원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사립대병원들의 손실도 컸다. 사립대병원 63곳 중 24곳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병원당 평균 33억70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69억여원 흑자에서 이익이 103억여원 감소한 것이다. 이중 17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연대세브란스병원은 올해 상반기 160억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737억여원 순이익 대비 약 897억원이 감소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상반기 175억9000만원 흑자에서 올해 130억90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아울러 한지아 의원실에 따르면, 공익재단 소속인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상반기 74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65억원 실적이 악화한 것이다.
같은 공익재단 소속인 삼성서울병원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부분 대학병원이 적자로 반전했지만 일부 병원은 이익 규모를 늘려 눈길을 끌었다. 올해 상반기 순천향대서울병원은 전년 동기(10억원 흑자)보다 38억원 증가한 48억원 흑자를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 19억여원 적자를 기록한 고신대복음병원은 이번에 29억여원 흑자를 냈다.
한지아 의원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장기화로 대학병원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했다"며 "병원들이 경영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적립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인건비 등 결손 보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공익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이 향후 목적사업에 사용하기 위한 재원을 미리 손금으로 계상하는 제도다. 세금 납부를 늦춰주는 혜택이 있다. 병원계에서 의정갈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인건비 등에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간 높았다. 그러나 법률적 한계와 고유목적사업 사용 외로 사용할 경우 과세소득에 합산되는 등의 문제로 이뤄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