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은 억울했다!" 통풍, 식습관 탓 아냐...260만명 분석하니 '이 때문'
260만명의 방대한 유전정보 분석 "평생 치료받아야 할 유전병" 결론…특정 음식이 통증 일으키는 건 별도 문제
그동안 치킨에 맥주는 통풍의 적처럼 여겨져 왔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만성병 통풍의 주요 원인이 치킨이나 맥주 등을 즐기는 '식습관'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등 국제 연구팀은 260만명의 유전정보를 분석한 결과 "만성병인 통풍은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유전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오타고대 토니 메리먼 교수(미생물학, 면역학)는 “통풍은 유전적 요인이 매우 강하므로 환자 잘못이 아니다. 통풍이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으로 발생한다는 통념은 이제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그릇된 통념 탓에 많은 환자가 수치심을 느낀다. 일부 환자는 침묵 속에서 고통받으면서 혈중 요산염을 낮추고 통증 예방약을 처방받기 위해 의사를 만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붉은 육류 등 특정 음식의 섭취가 통풍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통풍의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요산염 수치, 관절의 결정, 결정을 '공격'할 준비가 된 면역체계다. 유전은 이 모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통풍은 특히 남성에게 흔한 관절염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3~4배 더 많이 통풍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사뭇 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통풍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51만명이며, 이 가운데 약 93%가 남성이다. 남성이 여성의 12.8배나 된다.
국내 통풍 환자, 남성이 여성의 12.8배..."환자는 퓨린 성분이 많은 육류 등 여전히 삼가야"
통풍 발작은 요산염 결정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하는 관절의 심한 염증으로 발생한다. 요산염 결정은 체내 요산염 수치가 높을 때 관절에 생긴다. 음식은 요산염 수치가 높을 때 아주 작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관절에 요산염 결정이 있는 사람에겐 음식이 통풍을 일으키는 강력한 요인이다.
통풍 환자에게 나쁜 음식은 '퓨린'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육류(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등푸른생선(청어,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 새우, 바다가재 등이다. 육류 가운데 특히 간과 내장에 퓨린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통풍은 혈중 요산염을 낮추고 관절에 요산염 결정이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이미 형성된 것을 녹이는 약물인 성분명 알로퓨리놀(상표명은 자일로프림 등)로 치료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전 세계의 통합된 데옥시리보 핵산(DNA) 데이터를 분석했다. 메리먼 교수는 "통풍 발작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표적과 접근법을 제공하는 면역 유전자와 면역 경로를 이번에 많이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가 통풍 치료의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A genome-wide association analysis reveals new pathogenic pathways in gout)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