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예방·뇌영양제 둔갑 '콜린알포' 의약품, 무분별 처방 더 늘어 왜?

지난해 처방액 5734억원 중 약 80%가 효능·효과 입증 안된 '치매 외' 처방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의약품 처방액이 5000억원을 넘긴 가운데, 약 80%가 효능 및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매 외 처방'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매 치료제로 알려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처방액이 지난해 5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효능·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매 외 처방이 주를 이뤄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처방액은 5734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2739억원에서 109.4% 늘어난 금액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처방량도 2018년 5억3733만개에서 2023년 11억 6525만개로, 5년 새 116.9% 증가했다.

문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매 외 처방'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콜린알포레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효능효과가 입증된 ‘치매 관련’ 처방액은 전체의 20.9%인 1199억원에 불과한 반면, 효능·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매외 관련’ 처방액은 전체의 79.1%인 45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매 외 관련에 처방된 금액이 무려 2조8555억원에 달한다.

개별 품목으로 봐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의약품의 소비(청구)량은 상당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출한 자료에선, 건강보험 청구 상위 20위 의약품에 매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2품목이 포함됐다.

또한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청구금액 상위 20위 의약품 중 A사의 콜린 성분 의약품이 청구금액 1095억원으로 5위, B사의 콜린 성분 의약품이 청구금액 881억원으로 9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A사의 콜린 성분 의약품은 2021년 879억원에서 지난해 1095억원으로, B사의 콜린 성분 의약품은 2021년 687억원에서 지난해 881억원으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20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에 대한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치매 치료 외에는 치매 예방을 비롯해 치매 이외에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치매 치료에 처방은 급여를 유지하되 치매 외 처방은 선별급여 적용(본인부담을 30%에서 80%로 상향)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적응증에는 급여에서 제한해야 마땅하나, 치매 외 질환에 대해서는 의료현장의 혼란장비 등 사회적 요구도를 고려해 선별급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선별급여에 불복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이 기간을 이용하고 있다고 남인순 의원은 비판했다. 남 의원은 "집행정지가 인용되어 본안소송이 끝날 때까지 제약사들이 기한의 이익을 취하고 있고, 처방행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급여 재평가와 함께 약제 허가와 관련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 협상을 통해 임상 재평가 실패 시 급여비를 환수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남인순 의원에 따르면, 급여비 환수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남인순 의원은 “치매 예방 등에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콜린알포세레에트 성분 의약품이 치매예방약, 뇌영양제 등으로 둔갑되어 처방되는 행태는 적극 개선해야 한다”면서 “치매 외 관련 처방을 억제해 절감한 건강보험 재정으로 항암 신약 등의 급여를 확대해서 국민의료비 부담을 덜어줘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효능효과에 대해 국민들께 올바로 알리고, 치매외 관련 과다처방하는 상위 병원과 의원을 공개하는 등 치매외 관련 처방을 적극 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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