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도 화나는 나, 왜 이럴까요?”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보통의 분노' 출간

보통의 분노 표지. [사진=애플북스]
부부나 부모·자식 관계, 연인 사이 등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도 싸울 일은 넘쳐 난다. 밖에서는 그래도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 같은데 집에만 들어가면 유독 화가 넘쳐흐른다. 화를 내면 그때 뿐이고,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괜스레 ‘과했나?’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분노’, 이 감정을 똑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주 화를 내는 것. 이건 오랜 기간 부부 갈등을 다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도 적용되는 문제였다. 신간 《보통의 분노》 지은이인 김병후 정신의학과 원장도 이런 답답함 때문에 분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는 분노와 사랑은 동전의 앞과 뒤 같은 관계라는 것을 깨닫는다. 분노가 없다면 사랑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분노는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될 수 없다. 단지 어떻게 행동화하느냐의 과제만 남길 뿐이다.

일상에서 분노는 보통 어떤 조건에 의해 관계가 형성됐을 때 나타난다. 관계가 성립되면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따르는데, 상대방이 져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인식하면 화가 올라온다. 이는 아주 짧게 만나는 사람과도 마찬가지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치는 순간에도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때 ‘억울한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마음이 분노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런 의무와 권리는 친밀한 정도에 따라 커진다. 게다가 겉으로는 합의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 셈이다. 이 차이에서 시작한 분노는 점차 쌓였다가 한순간에 강하게 분출된다. 가족일수록 더 많이 부딪히는 이유다. 이런 분노는 가정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도 화내는 자신에 대해 너무 자책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분노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면 된다. 우선은 마음을 아는 일부터 시작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분노가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언어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지의 영역에서 분노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화를 냈다면 상대방의 상처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중략)...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게 분노의 긍정적인 기능이다."

이 책은 사소한 일상적 짜증부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발생하는 ‘생애주기별 분노’, 도덕적 가치에 따른 ‘공적 분노’까지 다양한 유형의 분노와 사례를 다룬다. 이 사례들은 독자들이 자신의 분노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고 숨겨져 있던 상처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세련되게 화를 표출함으로써 상황을 바꾸는 방법까지 저자는 알려준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코메디닷컴과 통화에서 “화를 무조건 나쁘다고 여기면 화내는 사람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분노의 순기능을 알면 이 때는 상대를 설득하는 정당한 화를 낼 수 있다”며 “넌 나쁜 놈이라고 말할 게 아니라 ‘당신의 이런 것 때문에 마음이 상했어’라고 말하는 게 정당한 화”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당한 분노가 관계를 회복하고, 교류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1987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연세대 의대, 경희대 의대, 이화여대 의대에서 외래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 《아버지를 위한 변명》, 《여자는 절대 모르는 남자 이야기》, 《심리 톡톡 나를 만나는 시간 》 등이 있다. 이번에 출간한 《보통의 분노》는 9년 만의 신작이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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