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용하는 욕실 '이것'...600개 넘는 바이러스가 바글바글?
감기나 독감 유발하는 종류는 아냐
욕실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으로 미생물 번식의 완벽한 온상이다. 실제 욕실에서 매일 사용하는 샤워기와 칫솔에는 600개 이상의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술지《미생물군집의 선구자(Frontiers in Microbiome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미국 가정집 욕실에서 수집한 34개의 칫솔과 92개의 샤워헤드에서 면봉으로 채취한 바이오필름(표면에 붙은 접착제와 같은 미생물 군집) 샘플을 조사한 결과 총 614개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특히 거의 모든 샘플에 독특한 미생물 군집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발견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 저자인 에리카 하트만 교수는 “발견한 바이러스의 수는 정말 엄청나다”라며 “거의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를 많이 발견했고, 전에 본 적이 없는 바이러스도 많이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발견된 614개의 바이러스 중 314개는 단 하나의 샘플에서만 발견됐으며, 샤워기 헤드와 칫솔 샘플에서 가장 흔한 15가지 바이러스 사이에 중복이 없었다. 연구진은 “두 개의 샘플이 완전히 동일한 경우는 없었다”며 “샤워기 헤드와 칫솔은 그 자체로 작은 섬과 같았으며 두 가지가 서로 유사성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발견된 바이러스는 감기나 독감을 유발하는 종류가 아니다. 박테리오파지 또는 줄여서 파지라고 불리는 이들은 박테리아의 천적이다. 각각의 작고 삼각대처럼 생긴 파지는 특정 박테리아 종을 사냥하고 공격하고 삼키도록 진화했다.
박테리오파지는 이미 임상 시험에서 항생제 내성이라는 증가하는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으로 사용되고 있다. 숙주 박테리아 내부에서 감염 및 복제를 통해 파지는 병원균을 죽이고 항생제 내성 또는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하는 새로운 약물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샤워기 헤드와 칫솔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중복되지는 않은 이유도 파지로 설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샤워기 헤드에는 토양과 식수에서 흔히 발견되는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지만, 칫솔에는 인간의 입과 주변 환경의 혼합물에서 유래된 생물군과 관련된 종이 뒤덮여 있다”며 “이들 각각의 박테리아 군집은 이를 파괴하는 데 전념하는 고유한 바이러스 군집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욕실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법들을 많이 숨겨두고 있을 수도 있다”며 “칫솔 등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에 대한 미래적 치료법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만 매년 280만 건 이상의 항균제 내성 감염이 발생하고, 세계보건기구는 이 문제를 가장 큰 세계적 공중보건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