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근시, 평생 눈건강 좌우...국가적 관심 필요한 때"

[인터뷰] 백혜정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회장

백혜정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는 "어릴 때 근시치료가 평생의 눈 건강을 좌우한다" 며 소아근시 예방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릴 때 생긴 근시는 평생의 눈 건강을 좌우해요. 조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추후 고도 근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소아 근시 표준 치료법과 생애 주기 근시 관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백혜정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장, 한국소아청소년 근시연구회장 등을 맡으며 소아 근시 예방·치료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아이들의 근시를 조기에 관리하려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근시는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고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 또 근시 관리에 대한 범국가적 대책은 무엇이 있을지 백 교수를 직접 만나 들었다.

- 소아 근시, 어떤 질환인가요?

근시는 멀리 있는 사물이 잘 안 보이는 것으로 안구 앞쪽에서 뒤 쪽까지의 거리인 안축장 길이가 길어지면서 선명한 상이 망막에 맺히지 못하는 상태예요. 안축장 길이 증가는 소아청소년(성장기)기 폭발적으로 일어나요.

눈은 한번 나빠지면 다시 좋아지지 않아요. 따라서 소아에 근시가 생기면 중년, 노년까지 가는 거죠. 그 사람의 평생 근시가 어느 정도로 발전할지는 소아청소년기 결정된다고 볼 수 있죠.

- 국내 유병인구는 어느 정도 일까요? 

전 세계 유병률을 보면 성인의 3분의 1은 이미 근시예요.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 50%가 근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특히 그 50% 중 10%는 고도 근시예요. 국내 유병률을 보면 0~9세 소아가 24%, 10~19세는 36%로 20대 미만 60%가 근시예요. 놀라운 건 징병자 대상 신체검사를 해보면 90%가 넘는다고 해요.

- 병의 원인은 무엇이고 방치하면 성인기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환경, 선천적인 요인 모두 있어요. 선천적 요인은 부모 중 한 명이 근시면 아이에게도 근시가 나타날 확률이 아닌 경우보다 3배 이상 높고, 둘 다 근시라면 8~9배 높아져요. 환경적 요인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노출, 근거리 작업이나 가까이서 책 보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죠.

방치하면 성인기 안질환 유병과 관련 있어요. 녹내장, 망막박리, 황반변성, 고도근시 등등. 결국 소아 근시를 초기 단계에서 잘 잡는 것이 중요해요.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추후 근시 진행도와 중등도 등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뜻이죠.

- 소아 근시를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과 치료법은?

병원에서 근시 환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근시가 있다면 근시 진행 억제치료 대상자인지 의료진 판단이 필요하죠. 진단을 받았다면 근시 진행 정도에 맞춰 치료 전략을 세웁니다. 진행 속도에 따라 1~2년만 치료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안구의 성장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치료가 이어질 수 있어요.

치료는 광학적, 비광학적치료로 나뉘어요. 광학적 치료는 우리에게 익숙한 렌즈와 안경이죠. 렌즈는 수면 중 착용하는 드림렌즈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하드렌즈예요. 렌즈가 각막을 눌러서 각막을 평평하게 해 근시 진행 속도를 억제해요. 다만 각막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죠.

소프트렌즈로는 각막 손상이 덜한 마이사이트라는 렌즈가 있어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유명해요. 또 안경도 많이 착용합니다. 안경을 통해 빛을 굴절하는 원리인데 렌즈에서 구현되는 것을 안경에도 적용한 거죠.

비광학적 치료로는 안약이 있어요. 아트로핀이라는 약이에요. 산동제라고 해서 눈동자를 넓히는 부교감신경과 관련돼 있어요. 동공이 확장되는 부작용이 오히려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죠.

- 소아 근시와 관련해 국가나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제가 속한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에서 치료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생애 주기 관리를 만들고 있어요. 이는 학교 교육프로그램과도 관련이 있어서 정책적인 지원도 뒷받침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현재 영유아 눈 검사는 이미 시행되고 있어요. 3세에 첫 안과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이때 안질환이 의심되면, 4세에 어떤 검진이 필요한지, 5세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안내가 제공되죠. 근시 역시 이런 생애 주기 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기에 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근시를 막는 건강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대만이나 홍콩은 초등교육 프로그램에 이미 근시 예방 프로그램이 있어요. 예를 들면 눈 건강을 위해 매일 야외를 얼마나 오래 내다보고, 바깥 활동을 몇 시간 하고 등을 정해서 하고 있어요.

국가 차원의 연구 지원과 대국민 홍보도 매우 중요해요. 국민에게 근시 관리 중요성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임상, 역학연구를 위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 보호자의 역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부모가 근시가 있다면 아이가 어릴 때부터 검진하는 등 대응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적어도 세 살에는 근시 검진을 받아야 해요.

또 아이들은 평소 자신의 시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인으로 보내요. TV나 휴대폰을 가까이서 보거나, (무엇을 볼 때) 눈을 찡그리거나 등등. 이런 사인을 보낸다면 빠르게 내원해야 해요. 즉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는 어떤 학회인가요?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는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하는 근시의 원인과 진행 과정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예방과 진행 억제에 기여하는 단체예요. 현재 연구회에선 한국형 근시 억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어요. 치료와 진단을 바르게 정립해 올바른 시력을 소아들에게 주는 것이 주된 목표입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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