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어야 오래산다는데"...체중 감량돼서 아냐, 진짜 이유는
체중감량과 신진대사 개선보다 면역력과 유전적 요소가 더 큰 역할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몸이 날씬해지는 것 말고도 수명도 연장된다. 이러한 효과는 음식 섭취량 감소로 인한 체중 감소와 신진대사 변화 때문으로 많이 풀이돼 왔다. 이런 통념에 대해 도전장을 내밀며 보다 복잡하고 개별적 요소가 작용함을 보여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식이 제한 동물실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9일(현지시간) 자체 학술지에 발표된 미국 생명공학업체 캘리코 라이프 사이언스 연구진이 주도한 논문을 토대로 보도한 내용이다.
1000마리 가까운 생쥐를 대상으로 저칼로리 식단을 먹이거나 정기적인 단식을 시행한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식이요법이 실제로 체중 감소 및 관련 신진대사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면역력, 유전학 및 회복력의 생리적 지표를 포함한 다른 요인이 칼로리 감소와 수명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더 잘 설명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미국 잭슨연구소의 게리 처칠 연구원(유전학)는 “신진대사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수명 연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칼로리 제한 요법이 실험동물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짧은 기간 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간헐적 단식도 수명 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단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인간의 유전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개체군에서 추출한 960마리의 생쥐의 건강과 수명을 관찰했다. 일군의 생쥐는 칼로리 제한 식단을, 일군은 간헐적 단식 식단을, 일군은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한 뒤 그 효과를 비교했다.
칼로리를 40% 줄였을 때 가장 수명이 길어졌지만 간헐적 단식과 덜 심한 칼로리 제한도 평균 수명을 연장시켰다. 다이어트를 한 생쥐는 체지방과 혈당 수치가 감소하는 등 신진대사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그러나 식이 제한이 신진대사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항상 일률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칼로리 제한 식단으로 체중감량이 가장 많았던 생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감량한 생쥐들보다 더 일찍 사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신진대사 조절 이상의 과정이 신체가 제한된 칼로리 체계에 반응하는 방식을 주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명 연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면역 건강 및 적혈구 기능과 관련된 특성이었다. 또한 음식 섭취량 감소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해 유전적으로 결정된 전반적 회복력도 중요한 요소였다.
처칠 연구원은 “스트레스 요인이 가장 큰 개입요소”라고 설명했다. 회복력이 가장 좋은 생쥐는 체중이 가장 적게 줄고 면역 기능을 유지하며 더 오래 살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과학자들이 인간의 식이 제한 연구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신진대사 측정이 ‘건강 수명'(만성 질환과 장애가 없는 수명 기간)을 반영할 수 있지만, 이러한 '노화 방지' 전략이 실제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말하려면 다른 지표가 필요함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다니엘 벨스키 교수(노화연구)는 생쥐실험 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것이라고 바로 단정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건강 수명과 수명이 같지 않다는 이해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인정케 하는 연구 결과”라고 논평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26-3)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