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씻기 처럼 가벼운 동작만 해도"...아이들 뇌기능 올라간다
몸통 비틀거나 한쪽 다리로 서 있기 하면 뇌 혈류 크게 증가
신체 활동은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달리기나 스포츠와 같은 중간 강도의 강렬한 운동은 혈류를 증가시키고 새로운 뉴런의 성장을 촉진해 뇌 기능을 향상시킨다. 이 같은 운동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많은 어린이들은 충분한 신체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 앉아서 가벼운 운동만 하더라도 어린이의 뇌 기능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간단한 운동을 잠깐만 해도 의사 결정, 기억, 주의와 같은 중요한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일부인 전두엽 피질로의 혈류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와세다대 연구진은 5학년에서 중학생까지 일본의 건강한 어린이 41명에게 7가지 가벼운 강도의 운동을 시켰다. 이 운동들은 특수 장비 없이도 쉽게 수행할 수 있고 머리와 몸의 최소한의 움직임만 필요했다.
구체적으로 운동에는 위쪽 스트레칭 (손을 모아 위쪽으로 뻗기), 어깨 스트레칭(한 팔을 가슴을 가로질러 뻗기), 엘보 서클(팔꿈치를 넓게 회전하기), 트렁크 트위스트(상체 비틀기), 손 씻기 (손을 비비기), 엄지와 새끼손가락 움직이기(손가락 민첩성 운동), 단발 균형(균형을 위해 한쪽 다리로 서기) 등의 동작이 포함됐다. 균형 운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운동은 앉아서 했다.
아이들은 각 운동을 10초 또는 20초 동안 했고, 연구자들은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을 사용해 운동 중 뇌 활동을 측정했다. 이 기술은 전두엽 피질에서 산소화된 헤모글로빈의 농도를 측정해 혈류의 변화를 추적한다.
연구 결과 일부 정적 스트레칭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운동이 휴식 상태에 비해 전두엽 피질로의 혈류를 상당히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된 혈류는 뇌 활동이 높아졌다는 신호이며, 특히 작업 기억, 주의, 의사 결정과 같은 실행 기능과 관련된 영역에서 그렇다. 연구 저자인 타카시 나이토 박사는 “손을 비비고 손가락을 10~20초 동안 움직이면 전두엽 피질의 혈류가 어느 정도 증가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라며 “손은 뇌와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뇌 혈류가 약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결과가 좋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몸통을 비틀거나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는 것과 같이 움직임이 더 많거나 인지적 부하가 더 큰 운동은 뇌 활동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더 넓은 움직임이 필요한 팔꿈치 원 운동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집중이 필요한 한쪽 다리 균형 운동은 전두엽 피질의 여러 영역에서 혈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나이토 박사는 “한 발 균형은 간단한 운동인데도 전두엽 피질로 가는 혈류가 그 정도로 증가했다는 사실에 놀랐다”라고 말했다.
반면 어깨 스트레칭과 같은 더 단순한 정적 운동은 뇌 활동에 최소한의 변화를 보였다. 이는 운동이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더 힘들수록 뇌를 더 자극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10초 동안 수행한 운동과 20초 동안 수행한 운동 사이의 뇌 활동 증가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매우 짧은 강도의 가벼운 운동조차도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충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나이토 박사는 “단기간, 가벼운 강도의 운동조차도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신체와 뇌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신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며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상에서 TV를 보더라도 가끔은 몸을 조금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