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항암치료 받은 후...생물학적 노화 빨라진다고?

암 치료 후 세포노화∙염증증가와 DNA손상 등 노화 과정의 속도 빨라져…환자,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힘 쏟아야

항암 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는 세포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염증 수치를 낮추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에 좋은 음식 섭취, 스트레스 해소 등에 특히 힘써야 한다. 생물학적 노화의 가속화를 막는 연구도 한창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을 진단받으면 항암 회학요법∙방사선요법∙수술요법 등으로 치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유방암 환자가 암 치료를 받으면 세포가 늙고 염증 수치가 올라가고 DNA(데옥시리보핵산)가 손상되는 등 노화 과정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의대 연구팀은 유방암 진단 후 치료를 받은 환자 187명을 2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주디스 캐롤 부교수(존슨종합암센터, 정신의학∙생물행동과학)는 “종전엔 화학요법이 생물학적 노화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방사선요법이나 수술요법만 받은 유방암 환자에게서도 비슷한 변화가 발견돼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 치료의 유형에 관계없이 모든 유방암 생존자에게서 DNA 손상 반응, 세포 노화, 염증 등 세포노화 표지자(마커)가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롤 부교수는 “화학∙방사선∙수술 등 요법이 유방암 환자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항암요법은 유방암 생존자의 노화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암 치료법의 발전으로 치료 후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현재 미국의 유방암 생존자는 약 400만 명으로 추정되며, 2040년엔 600만 명 이상이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방암은 신체적 능력, 독립성, 수명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노화 가속화와 관련이 있다. 피로, 인지기능 저하, 허약, 심혈관병 등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노화 과정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위험 요인을 제대로 표적화하고 관리하기 위해선 노화 가속화와 관련된 특정 경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의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했다. 유방암 치료 전후를 다시 추적해 생물학적 노화 표지자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2년 동안 수행했다. 연구팀은 세포가 분열을 멈추지만 죽지는 않는 세포노화 과정 등 생물학적 노화를 알리는 표지자에 초점을 맞추고, 리보핵산(RNA) 시퀀싱을 이용해 혈액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추적했다. 이런 죽지 않는 '좀비 세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쌓이고, 주변의 건강한 세포를 손상시키는 해로운 물질을 내뿜어 노화와 염증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통계모델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노화와 관련된 변화를 파악했다.

연구팀은 “유방암 생존자에게 세포 노화와 세포의 염증 신호를 포착하는 유전자가 특히 많아져 면역세포가 정상보다 훨씬 더 빨리 늙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으면, 유방암 환자가 암치료 후 사는 동안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성의 생물학적 나이와 노화 속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생물학적표지자(바이오마커)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운동, 스트레스 관리, 건강한 수면 패턴 등 관련 요인도 집중 분석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Transcriptomic markers of biological aging in breast cancer survivors: a longitudinal study)는 《미국 국립암연구소 저널(JNCI,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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