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때부터 늙어가는 '이 희귀병' 환자...가장 오래 살고 결국 사망

질환에 대한 인식 높이고 연구 장려하는 데 평생 바친 세계 최장수 28세 조로증 환자 사망

세계 최장수 조로증 생존자로 알려진 새미 바소(28)라는 남성이 사망했다. [사진='더선' 보도내용 캡처]
세계 최장수 ‘벤자민 버튼병(Benjamin Button disease)’ 생존자로 알려진 새미 바소(28)라는 남성이 사망한 소식이 전해졌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따온 이 별명의 원래 병명은 조로증(progeria)이다. 어린 아이에게 조기 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영국 일간 더선의 보도에 따르면, 새미는 지난 10월 5일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응급의료팀이 도착해 그를 살리려 했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새미는 1995년 12월 1일 이탈리아 티에네에서 태어나 북부 베네토 지역에서 거주했다. 두 살이 됐을 때 조로증 진단을 받았고, 2005년에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탈리아 프로게리아 새미 바소 협회(Italian Progeria Sammy Basso Association)를 설립해 자신의 질환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장려하는 등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평생을 바쳤다. 2018년에는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에서 자연과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2021년에는 동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유전공학을 통한 조로증 치료 가능성을 주제로 대학원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는 2019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으로부터 이탈리아 공로훈장 기사 작위를 받았고, 세상을 떠나기 전날에는 베니스에서 열린 파올로 리찌상에서 ‘환경 및 사회’ 부문 저널리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새미의 부모는 “우리 삶의 일부를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특권에 깊이 감사한다”며 “그는 인생의 장애물이 때로 극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더라도 온전히 살 가치가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알려주었다”고 전했다.

유전자 변이로 인해 조기 노화 현상 나타나는 조로증

조로증 또는 허친슨 길포오드 조로증 증후군(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은 어린 아이들에게 조기 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1886년 J. Hutchinson과 1897년 H. Gilford가 의학문헌에 최초로 보고했으며, 이후 약 120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조로증을 가진 아이는 유아기 초기에는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약 9~24개월이 되면 심각한 성장 지연을 보이기 시작한다. 의학문헌에 의하면, 조로증을 앓고 있는 10세 아이의 평균 키는 정상인 3세 아이의 평균키와 같다.

특징적인 얼굴형을 가지며 전신 죽상경화증, 심혈관계 질환, 뇌졸중, 고관절 탈골, 드물게 두피에 정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피부 아래 지방층이 손실되고 손톱의 결함, 관절 경직, 골격 손상 등이 나타난다.

조로증 환자는 동맥벽이 미성숙하고 두터워지면서 탄력을 잃게 되어 유년기나 사춘기, 또는 초기 성인기에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환자는 심장 질환으로 인해 보통 8~21세에 사망하며, 평균 수명은 13세 정도이다.

원인은 유전자 LMNA(Lamin A)의 돌연변이다. 이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핵이 불안정해지고 노화 현상이 빠르게 일어난다. 이 질환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기 바로 전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가족 중 조로증을 가진 아이가 있더라도 부모가 이 질환을 가진 아이를 또 낳을 확률은 다른 정상 성인과 같다.

조로증은 8백만 명 중 1명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중 동일하게 영향을 받은 쌍둥이 두 케이스가 보고된 바 있다.

치료는 개인에게 나타나는 뚜렷한 증상에 따라 이루어진다. 아직까지 노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생명 연장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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