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을 쓰니 헬리코박터균 치료 성공률 '쑥'
조준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 비스무스 병용치료 효과 입증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에게 비스무스 약제를 1차 치료로 투여하면 치료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80%를 넘기지 못했던 균 억제력을 최대 95%까지 높이고 부작용은 낮춰 새로운 표준 치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준형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감염 1차 치료로 비스무스를 병용한 뒤 예후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비스무스는 반금속물질로 과거부터 소화기병 치료에 써 왔다. 헬리코박터균 치료에도 쓰이지만 부작용이 염려돼 1차 치료에 쓰이진 않았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비감염자와 비교해 위암 발생 위험이 10~20배 높다고 보고된다. 다만 항생제 내성 증가로 치료 성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진단받은 환자 306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2가지와 위산분비억제제를 포함한 1차 치료를 2주간 진행했다. 이때 111명(36%)에게는 처음부터 비스무스 약제를 하루 2회 복용하도록 추가 처방했다.
그 결과, 비스무스를 복용하지 않은 그룹의 제균 성공률은 71.8~82.9%인 데 비해 복용 그룹은 87.5~95.8%로 10%p(포인트) 이상 치료 성공률이 올랐다. 제균 치료 실패율도 복용하지 않은 그룹은 12.3%, 복용군은 4.2%로 나타나 약 3배 가량 차이가 났다.
복통·설사·오심 등 부작용 발생 역시 비스무스 복용군에서 더 낮았다. 항생제 사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비스무스 복용군은 대조군과 비교해 항생제 복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고(1000mg→500mg) 하루 4회로 나눠 복용했다.
그러자 전체 부작용은 미복용군에서 40% 발생했지만 복용군은 23.1%로 낮았으며 특히 소화기 부작용은 3.8% 발생(미복용군 14%)에 그쳤다.
현재 항생제와 위산분비억제제만을 사용하는 1차 치료 성공률은 70~80%로 보고된다. 제균 약제를 2주간 복용해도 4명 중 1명은 균이 죽지 않아 치료 실패를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조 교수는 "비스무스를 쓰지 않으면 1차 치료 성공률이 항생제 내성 때문에 80%를 못 넘는다"며 "환자가 힘들게 복용하더라도 치료 실패를 경험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 약제부터 비스무스를 처방하고, 항생제 사용을 줄이면 치료 성공률은 높아지고 부작용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관련, 그는 "감염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암 검진을 받으러 오는 50~60대를 보면 아직 50% 이상은 감염돼 있는 만성병"이라며 "같은 헬리코박터균이라도 유럽 등 서구에 비해 한국, 일본은 독성이 강해 암 유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헬리코박터 제균에 성공하더라도 치료 환자 2~3%에서 재발이 발생한다"며 "가족과 국, 반찬을 함께 먹는 습관은 피하고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감염병 치료에 대한 전문의 검토(Expert Review of Anti-Infective Therap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