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아냐" 32kg의 덩어리...무릎까지 닿고 액체 새어나와, 정체는?

림프부종 앓고 있는 40대 남성...영국NHS 수술 지원금 요청했지만 두번이나 거부당한 사연

배에 약 32kg의 부종(림프액 덩어리)을 달고 사는 한 남성이 있다. 일어서면 무릎까지 처지고, 액체가 새어나오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캡처]
배에 약 32kg의 부종(림프액 덩어리)을 달고 사는 한 남성이 있다. 일어서면 무릎까지 처지고, 액체가 새어나오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남성의 사연, 영국 일간 더선이 소개했다.

더비셔 롱 이튼에 사는 48세 앨런 브롬야드는 2년 전 부터 복부에 덩어리가 차오르더니 거의 죽을 뻔 했다. 림프계 기능장애로 인한 림프부종이었다. 수술로 제거해야 하지만 수술비 감당이 안돼 제대로된 치료를 못 받았고, 덩어리가 크는 대로 놔둬야 했다. 지난 8월에는 패혈증까지 앓았다. 병원에 14일 동안 입원하던 중 6일은 중환자실에서 보내야 할 정도였다.

상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앨런은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에서 이 부종 제거 수술에 대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두 번이나 거부당한 이유가 앨런이 받아야 할 수술을 미용 목적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앨런은 "내 복부에 있는 종양은 32kg의 액체 덩어리다. 다이어트로는 뺄 수도 없다. 미용 목적으로 분류해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32kg의 액체...림프액 순환이 잘 되지 않을 때 조직에 림프액 축적돼 생긴 덩어리 

앨런의 배에 32kg의 액체 덩어리는 사실상 림프액의 축적으로 인한 부종이다. 주로 림프액이 조직에 축적되어 형성된 것으로 림프부종은 림프계가 손상되거나 막힐 때 림프액이 정상적으로 순환하지 못해 조직에 축적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부종이 생기며, 특히 다리나 배와 같은 신체 부위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림프액은 신체의 면역 체계와 노폐물 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맑은 액체다. 이 액체가 배에 차면서 부종을 일으키고, 크고 무거운 덩어리로 변한 것이다.

소를 키워 생계를 이어 온 농업인 앨런은 림프부종으로 인해 소들을 돌볼 수 없게 돼 다 팔아야만 했다. 자신이 즐기던 일도 할 수 없고 침대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 계단도 오를 수 없을 정도로 무릎과 엉덩이가 망가졌다.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갈 때 차를 운전할 수도 없다. 그는 "마치 내 배에 죽은 아기를 들고 다니는 느낌이다. 엉망진창이다. 어떤 날에는 액체가 새어나오는 양이 너무 많아 80kg 상당의 붕대를 써야 했다"고 말했다.

림프부종 제거 수술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시술이 필요하다. 특히 부종이 크다면 수술, 회복, 재활 과정이 길어져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앨런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NHS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NHS은 일부 치료나 수술을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수술이 '미용 목적'이나 '비필수'로 간주되면 자금 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 그의 상태가 미용 목적이 아닌 심각한 건강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NHS가 수술을 비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해 자금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NHS의 수술 자금을 지원 받기 위해서는 환자의 임상의가 자금 지원 신청을 해야 하며, 해당 상황이 예외적임을 입증해야 한다. 2023년 앨런을 진료한 의료진이 자금 지원 신청을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앨런의 하복부에서 피부를 제거해 '섬유혈관 또는 육아 조직'으로 구성된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며 그에게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견이 적혔다. 현재 종양의 상태가 앨런의 기분과 일상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섬유혈관은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고 재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직이며, 육아조직은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조직을 의미한다. 앨런의 경우, 배에 있는 큰 부종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이 부위에 섬유혈관 조직이 과도하게 형성됐다. 부종이 단순한 액체 축적만이 아닌 조직의 변화까지 동반한 상태임을 의미하며, 림프부종으로 인해 배에 발생한 덩어리 안에 육아조직까지 포함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해당 신청은 더비와 더비셔 통합 관리 위원회(ICB)에 의해 거부됐다. 위원회는 "이 요청은 공중 보건 컨설턴트와 더비셔 통합 관리 위원회의 대표로 구성된 심사 그룹에 의해 검토된 바, 거부됐다"고 명시했다.

이후 앨런의 의료진은 재요청을 제출했으나 8월에도 거부됐다. 앨런의 수술비 지원 요청이 왜 거부 됐는지에 대해 더비와 더비셔 ICB의 NHS 대변인은 "개인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일부 치료는 일반적으로 NHS에서 제공되지 않으며 치료가 기존 서비스 제공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개인 자금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앨런의 외과의, 일반의(GP), 노팅엄 대학병원의 림프부종 클리닉 책임자가 NHS 자금을 받기 위해 세 번째 신청을 준비 중이다.

림프부종이 크면 수술적 치료 받아야...완전히 제거 못해도 부종 완화에 목적 

앨런이 겪고 있는 림프부종은 림프계의 기능 장애로 인해 림프액이 조직에 축적돼 발생한다. 앨런이 왜 림프부종을 겪고 있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적인 림프부종의 원인에는 유전적 또는 선천적인 요인으로 림프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1차성 림프부종, 외상, 수술, 감염, 종양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림프관이 손상된 2차성 림프부종, 과도한 체중으로 인한 림프액 흐름 방해로 생긴 림프부종, 반복적 염증과 감염에 의한 림프부종이 있다. 림프부종이 심해지면 조직에 액체가 쌓이고 섬유화, 육아조직이 형성될 수 있으며,  앨런이 겪는 것처럼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가져온다.

림프부종이 크고 심각할 때 지방 흡입술이나 림프-정맥 문합술, 섬유화 조직 제거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지방 흡입술은 조직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있을 때 제거하는 수술이며,
림프-정맥 문합술은 림프관과 정맥을 연결해 림프액이 정맥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수술이다. 섬유화 조직 제거술은 앨런의 경우처럼 큰 부종과 섬유화 조직이 함께 있을 때, 이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수술로 림프부종의 원인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부종을 완화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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