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학대 겪었던 노인...죽기 전 엄청난 고통이?

어릴 때 가족의 알코올∙마약 남용에 노출 등 각종 트라우마 겪었다면...삶 말기에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목사 신부 등 '도움의 손길' 필요

어릴 때 부모학대 등 각종 외상(트라우마)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은 임종을 앞두고 심한 통증, 고독감,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총체적 고통'을 덜려면 목사 신부 등 성직자,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나 노인은 성직자에게서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다. 어릴 때 부모의 신체적∙정신적 학대, 가족의 알코올∙마약 남용에 대한 노출 등 각종 외상(트라우마)을 겪은 적이 있는 노인은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목사∙신부 등 성직자나 심리치료사∙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으면 심한 고통을 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미시간대 공동 연구팀은 2006~2020년 숨진 50세 이상의 미국인 약 6500명을 추적관찰한 건강은퇴연구(HRS)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참가자 5명 중 2명이 어린 시절 각종 트라우마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UCSF 애쉬윈 코트왈 박사(노인학, 샌프란시스코보훈의료센터)는 "어릴 때 경찰에서 조사를 받거나, 학교에서 유급하거나, 부모의 신체적 학대에 시달리는 등 각종 트라우마를 겪으면 평생의 삶에 나쁜 영향을 받는다. 특히 삶의 마지막 단계에선 심한 통증, 고독감,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종이 가까워지면 이런 사람은 신체적, 심리적, 영적 고통 등 '총체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등의 도움이 고통을 완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충격적인 사건 11가지에 대한 외상(트라우마) 경험과 심리사회적 웰빙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 참가자는 평균 78세의 나이에 사망할 때까지 격년으로 연구팀과 인터뷰했다. 연구팀은 임종을 앞둔 환자와 마지막 ‘종료 인터뷰’를 마친 가족∙친지∙친구 등에게서 삶의 말기 증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했다.

건강은퇴연구(HRS)를 수행한 책임 저자인 미시간대 케이트 듀하우니 박사(사회연구소)는 “트라우마는 골수에 사무친다. 트라우마는 우울증∙불안과 깊은 관련이 있고, 만성병과 관련된 염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노년기 건강과 염증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임종을 앞둔 환자의 완화치료를 하는 임상의사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의 누적된 고난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UCSF 첼시 브라운 사회복지사(완화의학과)는 "임종을 앞둔 환자는 질병과 관련된 증상 외에도 신체에 대한 통제력 상실 경험에서 오는 지속적인 불안과 고통을 겪는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겐 이런 통제력 상실이 예전의 나쁜 경험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여러모로 고통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The prevalence of lifetime trauma and association with physical and psychosocial health among adults at the end of life)는 《미국노인병학회(American Geriatrics Society) 저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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