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면 안 건강해?”...오해 많은 체중감량 속설, 뭐길래?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인터넷에는 어떻게 군살을 빼고 날씬한 몸매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이런 저런 조언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입증되지 않았거나 효과가 없는 잘못된 속설들이 대부분이다. 체중 감량, 즉 살을 빼는 일을 시도하려면 음식과 신체, 체중의 복잡한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에 관심이 있다면 식단과 생활 방식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 기반 변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연구를 통해 밝혀진 체중 감량과 관련된 근거 없는 믿음에 대해 알아봤다.
“무조건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된다?”=체지방은 단순히 저장된 에너지다. 지방을 줄이려면 섭취한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적게 먹고, 더 많이 움직이면 체중 감소가 발생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이러한 조언은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특히 영구적으로 살을 빼기 위한 생활 방식으로 바꿔야 하는 경우 심각한 체중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권장 사항이다.
이 조언을 따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리적, 생화학적 요인으로 인해 감량한 체중이 다시 붙게 되기 때문이다. 식단과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려면 관점과 행동의 크고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더 많은 신체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만인 사람에게 단순히 적게 먹고, 더 많이 움직이도록 지시하는 것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기운을 내라고 말하는 것이나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을 적게 마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이런 이유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감량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고 말한다.
“비만인 사람은 건강하지 않고, 마른 사람은 건강하다?”=비만은 당뇨병, 심장병, 일부 암을 포함한 여러 만성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만인 중 많은 사람들이 대사적으로 건강하며, 마른 사람들도 이러한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지방이 어디에 쌓이는지가 중요하다. 복부에 지방이 많으면 대사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
“모든 칼로리는 동일하다?”=칼로리는 에너지를 측정하는 단위다. 모든 칼로리의 에너지 함량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칼로리 공급원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음식마다 대사 경로가 다르며, 공복감과 체중을 조절하는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단백질 칼로리는 지방이나 탄수화물 칼로리와 다르다.
탄수화물과 지방을 단백질로 대체하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식욕과 갈망을 줄이는 동시에 체중 조절 호르몬의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 또한 과일과 같은 자연 식품의 칼로리는 사탕과 같은 정제 식품의 칼로리보다 훨씬 더 포만감을 주는 경향이 있다.
“체중 감량은 직선처럼 일렬로 쭉 진행된다?”=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체중 감량은 일반적으로 선형적인 과정이 아니다. 선형적이라는 것은 선처럼 일렬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체중 감량을 하다보면 어떤 날과 몇 주는 체중이 줄어들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약간 늘어날 수도 있다. 이것은 우려할 만한 이유가 아니다. 체중이 몇 킬로그램씩 위아래로 변동하는 것은 정상이다.
예를 들어 신체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붙잡고 있을 수 있다. 생리 주기 동안 수분 섭취량이 크게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일반적인 추세가 하향 조정되는 한 아무리 변동이 심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다.
“비만은 생물학적 작용이 아닌 의지력과 관련이 있다?”=과체중이나 비만이 의지력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비만은 수백 개는 아니더라도 수십 개의 원인이 있는 매우 복잡한 질환이다.
비만에는 수많은 유전적 변수가 관련돼 있으며 갑상선(갑상샘) 기능 저하증, 다낭성 난소 증후군,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체중 증가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신체에는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 수많은 호르몬과 생물학적 경로가 있다.
비만인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호르몬이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어 체중 감량과 뺀 체중을 유지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렙틴 호르몬에 저항력을 갖는 것은 비만의 주요 원인이다.
렙틴 신호는 뇌에 렙틴이 충분한 지방을 저장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렙틴에 저항성이 생기면 뇌는 당신이 굶주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렙틴이 유발한 공복 신호에 맞서 의지력을 발휘하고 의식적으로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유전적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체중 감량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탄수화물이 당신을 살찌게 만든다?”=저탄수화물 식단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경우 의식적인 칼로리 제한 없이 이런 일이 발생한다. 탄수화물 섭취량은 낮고, 단백질 섭취량은 높게 유지하면 체중이 감소한다.
그렇다고 해서 탄수화물이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1980년경 비만이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인류는 오랫동안 탄수화물을 먹어왔다. 사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전체 식품은 매우 건강에 좋다. 반면에 정제 곡물이나 설탕과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확실히 체중 증가와 관련이 있다.
“지방이 당신을 살찌게 만든다?”=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그램(g)당 4칼로리에 불과한 반면, 지방은 그램당 약 9칼로리를 제공한다. 지방은 칼로리 밀도가 매우 높고 정크 푸드(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인스턴트식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분이다.
그러나 칼로리 섭취량이 건강한 범위 내에 있는 한 지방은 살을 찌우지 않는다. 또한 지방 함량은 높지만 탄수화물 함량은 낮은 식단은 여러 연구에서 체중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이 풍부한 고칼로리 정크 푸드로 식단을 꾸밀 때 확실히 뚱뚱해질 수 있지만 다량 영양소의 하나인 지방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사실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건강한 지방이 필요하다.
“체중을 줄이려면 아침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연구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아마도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다른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309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4개월간 실시한 연구에서 아침 식사 습관을 비교한 결과 참가자들이 아침 식사를 먹든 거르든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되지 않았다. 아침 식사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소량의 식사를 여러 번 하면 하루 종일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것도 속설이다.
배고플 때는 먹고, 배가 부를 때는 그만 두는 것이 가장 좋다. 원한다면 아침을 먹되 체중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패스트푸드는 항상 살찌게 하는 음식이다?”=모든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건강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많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더 건강한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부 식당은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데만 집중한다. 대부분의 저렴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은 종종 주요 서비스를 대신해 더 건강한 대안을 제공한다. 이러한 음식은 건강에 민감한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하지만 건강한 식사를 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없다면 여전히 괜찮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