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몰랐다" 갑자기 사망한 34세 男..죽은 후에야 밝혀진 원인은?

17세 때 머리 외상 입은 후 발작 시작…사인은 뇌전증과 관련된 예기치 않은 돌연사로 기록

뇌전증을 앓고 있던 존 폴 맥라플린은 혼자 살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더미러' 보도내용 캡처]
뇌전증과 관련된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하나 뿐인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사연이 소개됐다. 뇌전증 진단을 받은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그는 아들의 사망 진단서를 보고서야 그런 위험을 안고 살아왔단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더미러는 2022년 1월 9일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존 폴 맥라플린의 사연을 보도했다. 글래스고에 사는 그의 어머니 에스더 맥라플린(55)에 의하면, 사인은 뇌전증과 관련된 예기치 않은 돌연사(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 이하 SUDEP)였다. 명확한 이유 없이 뇌전증 발작 중 혹은 이후에 사망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17세 때 머리 외상 입은 후 발작 시작...SUDEP에 대해 의료진에게 들은 적 전혀 없어

존 폴은 17세였던 2004년 또래 아이들과 싸우던 중 야구 방망이로 머리를 맞은 후 하루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이후 며칠 만에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2년 후인 19세 때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에스더의 말에 의하면, 그 전까지는 뇌전증이나 발작 증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발작이 시작되고부터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발작을 일으켰다.

강직간대 발작(tonic-clonic seizure)이 시작된 후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져 어느 날에는 다섯 번 연달아 발작을 일으킨 적도 있다. 강직간대 발작은 전신발작 중 가장 심한 발작형으로 먼저 강직성의 근수축기(tonic phase)가 있은 후 사지의 간헐적인 굴곡을 일으키는 간대기(clonic phase)가 뒤이어 나타나며 환자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특징이 있는 발작이다.

에스더는 “발작이 끝나면 곧바로 침대에 가서 눕곤 했다”며 “발작이 일어나면 온몸이 경직되면서 숨을 멈추곤 했는데, 내가 본 것 중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얼굴이 온통 카페트에 쓸려 다치고 멍이 드는 등 부상도 자주 입었다. 발작을 조절하기 위한 약을 복용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직업을 유지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임에도 두 사람 모두 SUDEP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2022년 1월 7일, 에스더와 존 폴의 친구들은 갑자기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발작 후 회복되기까지 며칠씩 걸리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졌고 이틀 뒤에 아들의 친구들이 혼자 살던 그의 아파트를 찾았다. 그리고 이불을 덮은 채 침대 한 켠에 누워 숨져 있는 그를 발견했다.

에스더는 “아들의 사망 진단서에 적힌 사인을 보고서야 SUDEP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만약 그에 대해 알았다면, 애초에 아들을 혼자 살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온라인에서 SUDEP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의료계에 뇌전증 환자를 위한 일상적 치료의 일환으로 SUDEP 위험에 대한 의무적 논의를 지지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SUDEP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으며, 검시관의 보고서를 봤을 때 그게 무엇인지 물어봐야 했다”며 “들어본 적도 없는 진단과 사인을 받는다는 건 너무 부당하다.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은 적도 없고,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SUDEP를 피할 수는 없었을지 모르지만, 알았다면 살면서 많은 결정을 다르게 내렸을 것”이라며 “다른 부모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인식을 높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뇌전증 환자의 갑작스러운 사망…호흡, 심장 문제 등이 원인

뇌전증은 뇌의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유발해 나타나는 의식 소실, 발작, 행동 변화 등과 같은 뇌 기능의 일시적 마비 증상이 만성적,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뇌질환이다. 대뇌에서는 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미세한 전기적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데, 이러한 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잘못 방출되면 발작이 나타난다.

SUDEP는 뇌전증 환자가 부상이나 익사, 뇌전증 지속증, 기타 알려진 원인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매년 얼마나 많은 뇌전증 환자가 SUDEP로 사망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미국 성인 뇌전증 환자 1000명 중 약 1명이 SUDEP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7세 이하 환자에서는 4500명 중 1명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SUDEP 사망은 수면 중 전신 발작과 함께 발생한다. 뇌전증 환자가 SUDEP로 사망하는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호흡 문제 = 발작으로 인해 호흡 중단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런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혈중 산소가 감소해 위험해진다. 기도가 덮이거나 막혀 질식할 위험도 있다.

△심장 문제 = 발작으로 인해 심장 리듬이 위험한 수준이 되거나 심박수가 매우 느려질 수 있다.

△기타 원인 = 호흡 문제, 비정상적인 심장 리듬, 혹은 기타 알려지지 않은 원인이 함께 발생해 일어날 수도 있다. 뇌기능의 문제나 유전적 장애 또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발작 조절하는 약물 잘 복용하고 의료진과 상의해야

SUDEP의 주요 위험 요인은 전신 발작, 통제되지 않거나 빈번한 발작이다. 그 외에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어린 나이에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수년간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경우 △남성인 경우 △발작 조절 약물 복용을 거른 경우 △수면 중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등이 있다.

SUDEP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발작 조절 약을 처방 받은 대로 복용하는 것이다. 만약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을 하도록 한다. 또한 발작을 유발하는 요인을 파악해 생활습관 및 환경을 조정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환자와 함께 거주하는 성인은 발작이 있을 때 응급처치 하는 방법을 배워두도록 한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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