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병원 현장선 시작부터 “실효성 의문”
2일부터 희망 병원 모집...의료계 "경증 진료·병상 축소땐 적자 우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시작을 발표했지만 병원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계속 의문을 던지는 중이다.
특히 경증질환 축소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냐는 것과 전공의 업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와 팀으로 대체하는 인력 구조 개편이 가능할 지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올해 10월부터 2027년까지 3년간 10조원의 건강보험을 투입하며, 중증진료 비중을 70%까지 달성하는 것이 사업의 주된 내용이다.
이어 지난 2일 오후 정부는 희망하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설명회는 지난달 선보인 정부의 사업 발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병상 감축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병상을 줄이면 내년 1월에 그에 대한 보상을 선지급한다는 세부 내용이 더 추가됐다.
또한 정부는 설명회에서 병원들의 중증 진료 기능 강화와 병상 감축 노력에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고 한번 더 약속했다.
이 같은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병원 관계자들은 정책 실효성에 의구심을 내비쳤다.
서울 소재 한 상급종합병원 소속 신경외과 A교수는 코메디닷컴과 통화에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상당한 재원을 투입하고도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충분히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구조 전환 이전에도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적자가 굉장히 누적되어 있는 상황인데, 경증 질환 진료 비중을 줄이고 병상을 축소하면 지금과 같은 행위별(건별) 수가 체계 안에서는 적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심평원 자료 등을 찾아본 결과 경증 비율이 병원마다 차이는 있더라도 대략 35~45%에 달한다”며 “지금 대형병원의 매출이 연 1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연 3조3000억원을 사업에 참여하는 수십개의 상급종합병원에 분배한다고 경증질환과 병상 축소에 대한 보상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엿다.
결국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재정이 악화되어 자칫 파산이나 경영 위기에 몰리면 지역 내에서 상급종합병원이 국민들에게 기여해온 중증 진료 역할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A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A교수는 시범사업 중 전공의 중심 운영을 벗어나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로 구성된 팀으로 전환하는 인력 운영 개편에 대해 “중환자실에서 전문간호사들과 일을 하지만, 전공의들의 역할이 그들의 역할로 완전히 대체되긴 어렵다”며 “실질적으로 전문간호사나 전담간호사들에게 적합한 업무범위 혹은 지위를 준 것인지, 그리고 진료를 할 수 있는 충분한 훈련을 거쳐 안전하게 그런 행위들이 넘어가고 있는 지는 의문”이라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아무래도 전문간호사들은 당직에서 발생하는 어떤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기 어려운 면이 있다. 결국 전문의들이 24시간 동안 환자와 관련된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느낀다”며 “지금도 필수과 기피와 책임 소재 부담으로 전문의 충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얼마나 이런 인력 시스템이 잘 돌아갈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A교수는 △시범사업 시작보다 중증질환분류 개선이 선행되지 못했던 점 △유기적인 의뢰-회송 등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되지 못한 점 등을 아쉬운 점으로 언급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흉부외과 B교수도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법안 시행 등으로 진료지원 인력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의사인력을 잘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경영진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인력 기준 등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을 보였다.
C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아직은 사업을 발표하는 과정이기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 병원을 운영하면서 유지해온 관행적인 부분들을 뒤집어야 하다 보니 불확실성과 불안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간호사 영역과 의사 영역 업무는 구분되는 것이기에 간호인력이 의사인력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차이를 어떻게 조율하고 메워갈 것인가는 모두의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