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 살리는 제세동기...'이곳'에 붙이면 생존율 배로 올라
패드를 가슴과 등에 붙이면 생존율 2.64배 증가
제세동기는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기구다. 그런데 제세동기의 패드 두 개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생존 확률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학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제세동기의 패드를 가슴과 측면이 아닌 가슴과 등에 붙이면 생존 확률이 26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리건 건강 과학대(OHSU) 연구진은 2019년에서 2023년 사이의 포틀랜드 심장마비 역학 등록부 데이터를 조사했다. 이 데이터는 심실세동(VF)이나 무맥성 심실빈맥(pVT)과 같은 비정상적인 심장 리듬을 보이는 OHCA 환자의 제세동 패드 부착 위치를 종합적으로 기록했다.
심장마비와 관련된 심장 리듬은 충격이 가능한 리듬(VF 또는 pVT)과 충격이 불가능한 리듬(무심장 수축 및 무맥박 전기 활동 또는 PEA)의 두 그룹으로 나뉜다. 후자의 그룹에서는 전기 충격을 가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심장은 심장의 전기적 및 기계적 활동이 중단돼 심장 박동이 없음을 의미한다. PEA에서는 전기적 활동이 너무 약해서 몸 전체로 혈액을 펌핑할 수 없다.
반면 충격이 가능한 리듬에서는 심장을 통한 전기 전도가 온전하지만 심장의 하부 챔버가 너무 빨리 수축돼 혈액을 제대로 펌핑할 수 없거나(pVT) 불규칙하게 펌핑한다(VF).
연구진은 평균 연령 66세인 OHCA 환자 255명을 대상으로 제세동기 패드 위치와 제세동 후 자발 순환 회복(ROSC) 등을 살펴봤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제세동기 패드 하나는 쇄골 바로 아래 오른쪽 가슴에, 다른 하나는 왼쪽 겨드랑이 아래에 붙인다. 이를 전방-측면(AL) 구성이라고 한다. 환자의 패드 중 38%는 AL 구성이었고, 62%는 패드 하나는 심장 위 가슴에, 다른 하나는 등에 배치되는 전후방(AP) 구성이었다.
연구 결과 AP 구성 환자는 AL 구성 환자에 비해 ROSC 확률이 2.64배 더 높았다. 연구진은 “핵심은 에너지가 심장을 통해 한 패드에서 다른 패드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두 개의 앞뒤 제세동 패드 사이에 심장을 위치시시면 전류가 심장에 더 광범위하게 전달돼 소생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AP 구성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OHSU 의과대학 응급 의학 교수이자 연구의 책임 저자인 모하무드 다야 박사는 “환자의 몸을 굴리는 건 어려울 수 있다”며 “응급 의료 전문가들은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사람을 움직일 수 없을 수도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전류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