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반쪽 녹아내렸다"...18년간 원인 모를 비대칭, 무슨 병이길래?

12살 때 왼쪽 눈 아래 백선(링웜)에 걸린 후 파리-롬버그 증후군 시작...얼굴 반쪽 위축돼 눈 함몰되고 치아, 연조직, 머리카락 등 잃어, 그럼에도 긍정적인 삶을 사는 여성의 사연

희귀질환으로 인해 한쪽 얼굴이 '녹아버린' 한 여성이 그간 외모 때문에 수많은 수모를 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을 공유해 화제다. 12살 때 백선이 생기기 전까지 대칭 얼굴이었던 길리언.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희귀질환으로 인해 한쪽 얼굴이 '녹아버린' 한 여성이 그간 외모 때문에 수많은 수모를 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을 공유해 화제다.

아프리카 남부 국가 보츠와나 출신으로 현재 영국 서식스에 거주하고 있는 29세 길리언 코틀라는 왼쪽 얼굴이 녹아 꺼져버린 탓에 오른쪽 얼굴과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현재 입을 2cm 이상 벌리지 못하고, 왼쪽 눈의 시력은 감소했으며, 왼쪽 귀의 청력도 오른쪽보다 좋지 않다. 얼굴의 절반을 잃었고 '정상'이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비범한' 마인드를 가진 길리언의 이야기, 영국 일간 더선이 소개했다.

길리언은 태어날 때부터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통통한 아기였고 완벽한 대칭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12살 때 왼쪽 눈 아래 백선(링웜)에 걸리면서 파리-롬버그 증후군이 시작됐다. 당시에는 그 증상이 왜 나타나는지 원인 질환을 알 길이 없었다. 길리언은 2년 전 우연히 자신의 증상과 일치한 병명을 알게 됐고, 올해가 되어서야 파리-롬버그 증후군을 공식 진단 받았다.

당시 백선이라 했을 때 병원에서는 바르는 연고를 처방해줬다. 하지만 발진이 다시 생기고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이 후 눈이 아프고 붉게 부어올랐고 얼굴이 급기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눈이 작아지는 것 같더니, 다음날에는 코가 망가져가고, 그 다음에는 볼까지 꺼져갔다. 피부도 딱딱해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새로운 증상이 나타났고, 그 양상이 공격적이었다.

머리카락, 치아, 연조직까지 잃어가면서도...지식 쌓고 자신의 외모를 사랑하는 법 배워

길리언은 얼굴 빼고는 전반적으로는 건강했다. 혈액 검사 결과도 모두 정상이었다. 학교에도 계속 다녔다. 하지만 날로 이상해져가는 얼굴 때문에 주위에선 '너 얼굴이 왜그래?'라는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 대답할 수 없었다. 정확히 왜그런지 자신도 알지 못해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길리언의 상태는 더 나빠져갔다. 머리카락, 일부 치아, 연조직을 잃었고 왼쪽 눈이 함몰됐다.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그의 엄마는 걱정으로 인해 고혈압까지 생겼다. 이 질환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절박해졌다.

녹아내린 얼굴을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것이 너무도 싫었다. 사진 찍는 것도 피했다. '반쪽 얼굴'이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었다. 속상했다. 이를 대처하는 자신만의 대응책이 필요했다. 모든 과목에서 최고의 학생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책을 많이 읽었다. 스스로 많은 지식을 쌓을수록 상처 주는 말에 대처하는 능력이 강해졌고 따돌림을 견딜 수 있었다. 길리언은 자기 계발서를 통해 자기 수용에 대해 공부했고, 시간과 자기 관리를 통해 자신의 외모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21살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길리언은 "그를 만났을 때, 이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내 외모는 그와의 대화 주제가 아니었다. 남편은 내 외모 너머의 사람에 관심이 있었고, 내가 얼마나 현명한지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8년에 결혼했고, 2022년 보츠와나를 떠나 영국으로 이주했다.

18년간 자신의 얼굴에 왜 그런 이상이 생겼는지 근원적 답을 찾지 못한 그는 영국으로 이사 온 후 틱톡에서 파리-롬버그 증후군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됐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18년간 자신의 얼굴에 왜 그런 이상이 생겼는지 근원적 답을 찾지 못한 그는 영국으로 이사 온 후 틱톡에서 파리-롬버그 증후군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됐다. 그 병명은 자신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고, 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간 병원에서 CT 스캔과 MRI를 통해 정확히 파리-롬버그 증후군진단을 받았고, 이 증상을 이전에 진료한 적이 있는 안과 의사가 길리언의 상태를 최종 확인했다. 이에 따라 길리언은 얼굴 복원 수술을 하는 인도에 있는 전문의를 찾을 수 있었다. 현재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수술비와 여행 경비를 모금하고 있는 중이다.

길리언은 "이 질환은 내 외모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통증, 탈모, 편두통, 시력 문제까지 겪게 했다.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많은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감정적인 부담도 엄청났다. 하지만 엄마는 늘 내가 빛나는 햇살이라고 말해줬다. 내가 가진 긍정의 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라고 격려해 주셨다. 매일 제 삶을 살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서 여전히 "외모를 싫어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에 대한 답은 이제 정해져있다. "내 외모에 감사하고 있다"고. 이렇게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 이미 자신의 외모를 완전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항상 미소를 짓는다는 길리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얼굴 반측 위축증이라 불리는 파리-롬버그 증후군...얼굴 연조직 뼈, 근육이 위축돼 변형

길리언이 20년간 찾아헤매던 질환의 정체, 파리-롬버그 증후군(Parry-Romberg Syndrome)은 '얼굴 반측 위축증'이라고도 불리며, 얼굴의 한쪽이 점차적으로 위축되고 변형되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이다. 주로 얼굴의 피부, 연조직, 근육, 뼈를 포함한 다양한 부위에 영향을 미치며, 주로 어린 나이에 시작되어 청소년기까지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파리-롬버그 증후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길리언이 녹아내렸다는 표현을 한 것처럼, 얼굴의 한쪽이 점차적으로 위축돼 꺼져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피부의 변화가 나타나며, 이후에는 지방 조직, 근육, 뼈까지 영향을 미친다. 갈수록 얼굴이 비대칭적으로 변형된다. 위축된 부위의 피부가 딱딱해지고 어두워지며 색소 침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해당 부위에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얼굴의 위축이 진행되는 동안 신경 통증을 경험하며, 편두통과 비슷한 두통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눈과 입 주변의 연조직이 위축되기 때문에 시력과 청력 문제, 안구 함몰, 턱 관절 이상으로 인해 입을 크게 벌리기 어려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길리안이 모두 겪은 문제다. 치아의 뿌리가 노출되거나 치아 배열이 불규칙해질 수 있으며, 잇몸의 위축도 발생한다. 드물게 뇌의 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해 발작이나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다.

파리-롬버그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가면역 반응, 외상 또는 감염, 유전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길리언은 어릴 때 앓은 백선이 이 질환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백선은 피부의 진균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 질환이다. 길리언의 주장처럼 백선이 파리-롬버그 증후군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이론상 백선으로 인해 발생한 염증이나 면역 반응이 자가면역 시스템에 영향을 주어 파리-롬버그 증후군이 촉발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이 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다만 얼굴의 비대칭을 교정하고 외모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 이식, 피부 이식, 골 이식 등의 재건 수술을 시행한다. 안면 통증이나 두통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 치료나 얼굴의 변화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하기 위해 재활 치료와 심리 상담이 이뤄지기도 한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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