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마시면 귀가 불 타듯 아프고 빨개져...20대女 희귀 증상, 왜?
붉은 귀 증후군(RES) 진단 받은 20대 여성...스트레스와 오렌지 주스로 인해 편두통 발작, 귀 빨개지는 증상 '의료 사례 보고서 저널'에 보고
오른쪽 귀가 1시간마다 빨개졌다 다시 정상이 됐다 반복하는 증상을 겪던 한 여성이 '붉은 귀 증후군(Red Ear Syndrome,RES)'이라는 희귀 증상을 진단받은 사례가 공개됐다. 그의 귀를 붉게 만든 주요 원인이 바로 오렌지 주스라는 사실도 나중에 밝혀졌다.
최근 '의료 사례 보고서 저널(Journal of Medical Case Reports)' 10월호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22세 한 여성이 오른쪽 귀의 이명과 청각 과민증으로 인해 영국 런던 세인트 앤 병원 신경이과학 클리닉에 내원했다. 청각 과민증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주변 소음에 대해 비정상적인 민감도로 반응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른쪽 귀가 꽉 차는 느낌을 받았고,주변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기도 했다.
병원 의료진은 신경이과학 검사, 이음향방사(OAE), 청성 뇌간 반응 및 언어 청력도 등 여러 검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정상이었다. 이후 여성은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귀의 색이 빨갛게 변했다 말았다 하는 특이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색 변화가 일어나면서 귀가 아프고 어지러움과 동시에 두통, 피로감도 함께 경험했다. 이명이나 메스꺼움, 현기증과 같은 다른 증상은 없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두경부 검사, 안구, 뇌신경 등 신경이학적 검사, 뇌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해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귀 눈 뇌 등에 구조적 이상도 없었지만 이전에 편두통 진단을 받았던 바 의료진은 붉은 귀 증후군(RES)으로 진단했다.
RES의 대표적인 증상은 귀의 홍조, 열감, 타는 듯한 통증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스트레스, 접촉, 온도 변화, 목 움직임, 식단과 같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의료진은 이 여성에게 카페인 섭취 줄이기, 스트레스 줄이기, 자주 수분 섭취하기, 수면 패턴 개선, 이완 기법, 운동 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그에게 RES를 유발하는 특정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증상 일기를 작성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증상일기 보니 오렌지 주스 마신 후 귀 붉게 변해...편두통 증상 악화와 관련성 있어
4개월 후 재검사에서 그는 두통도 없어졌고 RES 발생 빈도도 훨씬 줄어든 것으로 보고했다. 동반된 귀 통증과 붓는 느낌도 덜했다. 의료진이 그의 증상 일기를 통해 확인한 RES 유발 요인은 스트레스와 함께 의외의 것이 있었다. 바로 오렌지 주스였다.
의료진은 "워낙 드물기도 하고 일시적이거나 다른 특이 증상들과도 겹치기 때문에 RES는 진단하기 어려운 편이다. 이번 사례는 오렌지 주스, 스트레스와 같은 식이 요인에 의해서 상당한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유발 요인을 피했더니 증상이 호전됐다는 것을 알수 있다"고 기록했다.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렌지 주스가 RES을 유발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오렌지 주스에는 히스타민이나 히스타민을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시켜 피부의 홍조와 따뜻한 느낌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히스타민 민감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RES 환자에서 히스타민이나 히스타민 방출을 유발하는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오렌지 주스에 포함된 감귤류 성분은 알레르기 반응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도 있으며, 산도가 높다는 점도 혈관 반응을 일으켜 귀를 붉게 변하게 만들 수 있다. 산이 높으면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고 피부에 홍조를 유발하는 것이다. RES 환자는 혈관 반응이 귀에 집중되어 증상이 바로 나타기도 한다.
무엇보다 편두통이 특정 음식에 의해 발현된다는 것도 연관성이 있다. 오렌지 주스가 이 여성에게 편두통을 유발해 왔다면 관련된 신경혈관 반응이 붉은 귀 증후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몇 초~ 몇 시간까지 귀 붉게 변해...보통 통증과 같이 발현
RES는 현재까지 100건 정도의 사례만 보고된 희귀 증상이다. 남녀 비율은 1:1.25로, 발병 연령은 4세 부터 92세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하게 발생됐다. 1996년 재발성 RES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서 처음 기록됐다. RES의 통증은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하며, 통증과 홍반 지속 시간은 몇 초에서 몇 시간이 될 수 있다. 하루에 여러 번 발생하거나 1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 한쪽 귀, 두쪽 귀 모두 일어나기도 하며, 30~60분 발작이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RES는 편두통과 연관돼 있다. 실제 사례의 10%에서는 편두통 발작이 시작되기 전에 귀가 빨개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두통으로 입원한 6세~18세 사이의 어린이 96명 중 55명(57%)이 편두통을 앓고 있었으며, 16명의 편두통 사례에서 RES가 발견됐다. 62.5%에서 심한 통증이, 50%에서 (메스꺼움, 구토, 음성 공포증이나 광 공포증 등과 관련 있었다.
귀가 붉어지는 증상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촉발 원인들도 다행하다. 더위로 빨개지기도 하고, 손으로 만지거나 모자 등 어떤 물체에 닿았을 때, 재채기, 기침, 머리 빗기, 운동, 씹기, 스트레스, 추위에 노출, 한쪽 방향으로 누워 있을 때 등에 따라서도 통증을 겪는 RES가 나타나기도 한다.
RES가 왜 나타나는지에 대한 매커니즘은 아직 불명확하다. 편두통, 군발성 두통, 턱관절(TMJ) 장애, 또는 경추 이상과 같은 여러 상태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을 뿐이다. 이에 따라 붉은 귀 증후군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은 없지만, 편두통이나 턱관절 장애 등 관련된 기저 질환을 관리하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에는 항편두통 약물, 신경 차단제, 목과 턱 관련 문제를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