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형 당뇨병 관리 '빨간불'..."당화혈색소 조절 집중해야"

환우회 설문, 목표치 달성률 40%...학계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막아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혈당 조절의 주요 지표가 되는 '당화혈색소(HbA1c)'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뇨병 전문가들은 당뇨와 관련된 합병증인 심부전, 뇌졸중,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심혈관계 질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당화혈색소 관리를 당부했다.

24일 국내 당뇨병 환우회 당뇨와건강(대표 염동식)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화혈색소는 단편적인 혈당 수치가 아니라, 8~10주 정도의 혈당 평균치로 매일 혈당 조절이 얼마나 잘 되었는가를 반영하는 지표다.

환우회는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당뇨병 관리 행태 파악을 위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인식 조사’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동시에 현재 치료제를 복용하거나 투여 중인 환자였다.

제2형 당뇨병은 당뇨 관련 합병증으로 인한 삶의 질 감소 및 사망 위험 증가를 야기하는 만성 진행성 질병이다. 대한당뇨병학회(2023), 미국당뇨병학회(2024) 진료지침은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엄격한 혈당 조절을 목표로 관리함으로써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며 건강상태 및 삶의 질을 개선시키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한국 당뇨병 팩트시트(2022)에 따르면, 당뇨병은 3대 만성질환(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중 조절률(당화혈색소 6.5% 미만)이 가장 낮은 수준인 24.5%에 불과하며, 당화혈색소 7.0% 미만 기준에서도 절반은 치료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연령대는 20~30대 5%, 40대 28%, 50대 33%, 60대 이상 34%였고, 유병 기간은 5년 미만이 27%, 5년 이상이 73%였다. 83%는 동반질환을 가졌으며 이상지질혈증(51%), 고혈압(50%), 비만(23%) 순으로 유병률이 높았다.

먼저, 제2형 당뇨병 환자 대부분(91%)은 당화혈색소를 알고 있었지만, ‘당화혈색소는 진단 지표일 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임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5%로 상대적으로 아쉬운 수준이었다. 이는 상당수 환자들이 당뇨 관련 주요 합병증인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서라도 당화혈색소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인 차봉수 교수(신촌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는 “일반인과 달리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에 대해 들어봤지만, 정확한 의미와 수치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당화혈색소를 1% 감소할 때마다 당뇨 관련 사망률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14% 감소하고, 질환별로는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이 37%, 말초혈관질환으로 인한 절단 및 사망 위험이 43%,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발생 위험이 각각 14%, 12%, 16% 감소한다. 즉, 당뇨 관련 심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당화혈색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환자 대부분이 올바른 복약(85%), 정기적인 의료진 상담(84%), 정기적 당화혈색소 검사(83%)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10명 중 6명은 당화혈색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수록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증가했다(유병기간 별 달성률: 1년 미만 50%, 1년 이상 5년 미만 47%, 5년 이상 10년 미만 40%, 10년 이상 34%).

대한당뇨병학회 최성희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는 “제2형 당뇨병도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인슐린 저항성은 높은 상황으로 비슷한 생활요법에도 혈당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며 “따라서 유병 기간이 긴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적어도 2~3개월에 한 번씩은 당화혈색소 수치가 자신의 치료 목표에 맞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혈당 조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적절한 약제를 추가하거나 다른 약제의 사용을 고려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는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인 BMI(체질량지수)의 관리 실태도 포함됐다.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의학영양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체중을 5% 이상 감량하고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과체중 또는 비만을 동반하는 비율은 진단 당시와 현재 모두 71%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제2형 당뇨병 진단 후에도 여전히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환자들 대부분(93%)은 제2형 당뇨병 관리에 있어 ‘꾸준한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나, 정작 꾸준히 체중 관리를 하고 있는 경우는 54%에 불과했다. 그 결과 체중을 정상 수치까지 감량하는 데 성공한 환자는 5%에 그쳤다. 현재 과체중 또는 비만이지만, 진단 당시와 비교해 체중을 감량한 환자를 포함해도 성공률은 13% 뿐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체중 조절이 어려운 이유를 분석한 결과,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가 동반질환이 없는 환자보다 식욕 및 식단 조절(74% vs 65%), 정기적인 운동(62% vs 53%), 생활패턴 관리(53% vs 38%)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한당뇨병학회 박세은 교수(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는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환자가 체중을 5~10% 감량하면 당화혈색소 수치가 최대 1% 감소하고, 10~15% 감량하면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대사 지표를 개선할 수 있으며, 9~13kg 감량하면 효과적으로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당뇨병 환자들의 체중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더욱 체중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러한 고위험군은 당화혈색소와 체중 두 지표를 함께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대표적인 당뇨병 환우회인 당뇨와건강은 약 28만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온라인 당뇨 커뮤니티 ‘당뇨와건강’을 기반으로 구성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당뇨병 환자 및 보호자 커뮤니티 활성화, 멘토링 교육, 전문의 강의를 통해 당뇨병의 올바른 치료와 관리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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