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을 양껏 먹었다면 내 몸 안엔 뭐가 들어온 걸까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비빔밥을 먹었으면 뭘 먹은 걸까. 비빔밥에 들어간 온갖 나물과 흰 쌀밥 그리고 다진 소고기와 달걀부침 등 재료들은 내 몸 안의 어디에 들어와야 들어왔다고 할 수 있을까. 또 내가 먹은 온갖 음식 재료들이 내 몸 안에 들어오면 어떤 모습일까.
입? 식도? 위? 소장? 대장? 아니다. 혈관 안으로 들어와야 실제로 내 몸 안에 들어온 것이다. 이게 바로 흡수다. (궁금하다. 입부터 항문까지 공간이 내 몸 안일까 밖일까.)
그럼 혈관 속에 들어올 때 어떤 모양일까. 온갖 나물은 꼭꼭 씹은 나물 즙으로 혈관 안에 들어올까. 흰 쌀밥은 꼭꼭 씹었으니까, 미음 같은 모양으로 혈관 안에 들어올까. 다진 소고기 고명은 육즙으로 혈관 안에 들어올까. 달걀부침은 노른자와 흰자로 혈관 안에 들어올까? 굳이 궁금하지 않았지만, 아닐 것 같은데.
또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같은 물질일까 아닐까. 이런 질문을 받아보거나, 떠올려본 적이 없었다고?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궁금하게 여기고, 답을 해보자.
딱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내 몸과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 한눈에 봐도 의심할 여지 없이, 모든 음식은 내 몸과 다른 물질이다. 따라서 내 입에 내가 넣어주기는 하지만, 내 몸과 다른 물질이므로 반드시 정체를 밝혀야 한다.
그래서 치아로 꼭꼭 씹어 잘게 부순다. 물리적 해체 과정이다. 그런 다음에는 음식이 위험하지 않다고 여기고 삼킨다. 그리고 위(胃)에서 효소를 동원해 정체를 더 확인하려고 분해한다. 화학적 해체 과정이다. 이게 바로 소화(消化)다.
소화하고 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와 비타민, 미네랄 등의 미세영양소로 바꿔 혈관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게 바로 영양소 흡수다.
다시 말해, 식탁에 차려진 음식이 비빔밥이든 또 다른 메뉴든, 모양과 양 그리고 맛을 달리하더라도 혈관 안으로 흡수될 때는 3대 영양소와 미세영양소의 형태로 들어온다.
즉, 밥을 많이 먹었다든지, 맛이 끝내줬다든지 등은 내 혀와 위 그리고 뇌가 느낄 뿐, 혈관 속으로 들어온 영양소의 종류와 그 양은 다르다.
따라서 식탁에 차려진 음식 중 내가 뭘 먹었느냐 보다는, 내 혈관 속으로 흡수한 영양소 종류와 양에 따라 내 몸과 마음이 반응한다. 다시 말해 먹은 음식으로 평가할 게 아니라, 흡수한 영양소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실제로 입에 넣어서 씹을 때까지 비빔밥이지, 삼키고 나면 내 몸은 비빔밥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한다. 아니다. 구분하지 않는다. 오로지 정체를 살펴야 하는 대상인, 내 몸과 다른 물질로 여길 뿐이다.
한편 예전에는 3대 영양소로 분류했는데, 언제부터인지 5대 영양소 또는 6대 영양소로 분류하고 있다. 3대 영양소라고 분류한 까닭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세 가지 영양소만이 열량(칼로리)을 공급하기 때문에 3대(大) 영양소로 분류했었다. 게다가 식품에 들어있는 3대 영양소는 양(量)이 많아서 그램(g, gram) 단위다.
그러나 비타민과 미네랄 등은 열량을 공급하지 못할 뿐더러, 식품에 들어있는 양도 아주 적어서 단위가 밀리그램(mg) 또는 마이크로그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건강 증진과 유지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며 미세영양소를 크게 다루는 현실에 아쉬움이 크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열량 공급뿐 아니라 인슐린, 글루카곤, 아이카사노이드 합성 분비와 연결되어 있다. 다른 영양소와 달리 열량 공급과 호르몬 합성 분비와 연결되는 두 가지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셋을 특별히 3대 영양소로 분류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3대 영양소가 호르몬 합성 분비와 연결해 펼치는 양상을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