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려워" 살 속에 기생충이 꿈틀...7세 발목에 무슨 일?
맨발로 모래 위에서 놀다가 기생충 감염...개 배설물에서 나온 유충 밟아 피부 파고 든 사례
7세 아이가 친구들과 모래 위에서 맨발로 논 후 발이 가렵고 따갑다고 호소했다. 알고보니 기생충이 파고들어 발생한 증상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 어린이는 기생충에 감염된 동물(개로 추정)의 배설물과 그 기생충이 유충들을 낳아 있는 모래를 밟았고, 이때 유충들이 아이의 발 피부밑으로 파고들어 감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연구저널 '사이언티픽 리서치(Scientific Research)'에 최근 게재된 사례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사는 이 아이는 3일 동안 왼쪽 발에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했다. 이후 해당 부위가 점점 심해지면서 어두운 선형의 변색이 나타났고, 강한 가려움증이 동반됐다.
아이가 곤충에 물리거나 부상을 입은 이력과 흔적은 없었다. 나이에 맞는 모든 예방접종을 받은 상태였다. 이 가족은 아프리카 나미비아 카방고 동부 지역의 룬두 외곽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고, 개를 키우고 있었다. 고통을 호소하기 전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맨발로 모래 위에서 놀았다고 보고했다.
전신 건강 검사 결과 체중 19.5kg인 이 아이의 모든 신체 시스템은 정상적이었다. 발 국소 검사에서, 왼쪽 발의 윗면에서 안쪽으로 발바닥까지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선형 병변이 발생해 있었다. 통증은 없었고, 피부가 약간 부어 올라 있었다. 기생충의 유충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면서 남긴 흔적들이었다.
전체 혈구 수치는 정상 범위였고, 혈청학적 검사나 생검은 시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임상적으로 피부유충이행증(Cutaneous larva migrans, CLM) 진단을 내렸다. 의료진은 아이에게 알벤다졸 400mg을 하루에 한 번, 3일간 복용하도록 처방했고, 가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도 함께 처방했다. 일주일 후 가려움증이 사라졌고, 병변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6주간 추적관찰 끝에 병변은 완전히 사라졌고 아이는 병원에서 퇴원했다.
2018년, 한 호주 여성이 베트남 해변 모래사장을 걷다가 구충에 감염된 후 피부 밑으로 구충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약을 먹어도 증상이 악화될 뿐이었다. 약 때문에 기생충이 자신의 몸 안에서 발버둥 쳐 더 고통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여성은 일주일 동안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가 밤에 극심한 통증으로 깨어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발이 부어오르고, 평생 경험한 것 중 가장 심한 가려움증과 부종, 정맥이 튀어나오는 최악의 느낌이었다. 발가락 전체에 핀으로 찌르는 듯한 물집이 생겼고, 그 지점이 바로 감염된 부분이었다.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
모래나 흙 위 맨발로 걷다가 감염 될 수 있어
피부유충이행증은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주로 개, 고양이 등의 배설물이나 상처에서 발견되는 구충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고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가진 국가에서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기생충이다. 이러한 구충(선충류)의 일반적인 종으로는 Ancylostoma braziliense와 Ancylostoma caninum이 있다. 해당 구충은 전 세계에 분포하지만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특히 많이 서식하며,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카리브해 지역 여행자에게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들 구충의 알은 동물의 대변을 통해 전달되며 따뜻하면서도 축축한 모래 토양에서 잘 부화한다. 사람이 맨발로 모래나 흙 위를 걸으면 2차적으로 감염될 수 있다. 보통은 발 피부에 국한된 발진성 발진으로 나타나지만 노출된 신체 부위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엉덩이, 허벅지, 혀와 같은 다른 신체 부위와 관련된 사례도 보고됐다.
일단 감염되면 벌레 유충과 그 분비물에 때문에 피부가 과민 반응을 나타내면서 가려움증이나 부기가 발생한다. 유충은 사람 피부의 표피 기저막을 관통할 수 없기 때문에 표피에서 머무르며, 자연적으로 죽기 전까지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살 수 있다. 표피에서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구진 같은 병변을 남기며, 나중에 박테리아에 감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