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보라색 괴물처럼"...백신 3개 맞고 10분만에 실명까지, 무슨 일?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진단 받은 20대 여성...수혈 하러 간 병원에서 백신 3가지 한꺼번에 접종할 것 요구, 이후 심각한 부작용 겪었다 주장

희귀 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한 20대 여성이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백신 3가지를 한꺼번에 맞고 끔찍한 부작용에 시달린 사연이 공개됐다.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희귀 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한 20대 여성이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백신 3가지를 한꺼번에 맞고 끔찍한 부작용에 시달린 사연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23세 알렉시스 로렌제는 지난 1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이하 PNH)이라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 진단을 받았다. PNH는 체내 면역 체계가 자신의 적혈구를 공격하는 질환으로 100만 명 중 1명에게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로렌제는 손상된 적혈구를 보충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UCI 메디컬 센터에 수혈을 받으러 갔다. 그 병원에서 의료진은 로렌제에게 파상풍, 폐렴, 수막염 백신을 한꺼번에 맞지 않으면 수혈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로렌제는 그에 따랐다.

비극은 바로 시작됐다. 백신을 맞은 지 10분 만에 두 눈의 시야가 어두워졌고 구토가 나왔다. 더 끔찍했던 것은 피부 아래 출혈이 일어나 얼굴이 붓기 시작한 것이다. 어릴 때 이후로 백신을 맞은 적이 없던 로렌제는 이번 사례로 미국 보건자원 및 서비스청의 대책 부상 보상 프로그램(CICP)에 백신 부상 사례를 보고한 1만 4000여명의 미국인 중 한 명이 됐다.

로렌제의 백신 부작용 사례에 대해 일부 의료진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PNH와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여러 백신을 한꺼번에 처치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있으며,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백신 자체의 성분이 로렌제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유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로렌제의 희귀 질환은 아직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상태였고,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백신은 PNH 환자에게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로렌제가 겪은 현상은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고 불리는 극도의 면역 과잉 반응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체가 건강한 장기를 공격하고 해당 장기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구적인 장기 손상, 심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로렌제가 겪은 현상은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고 불리는 극도의 면역 과잉 반응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이 운영하는 리뷰 플랫폼 '포춘 추천 건강(Fortune Recommends Health) 최고 의학 고문인 라지 다스굽타 박사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백신을 함께 맞는 것은 안전할 수 있지만 로렌제의 경우 면역 반응이 과도해져 합병증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면역 체계를 과부하시키지 않기 위해 간격을 두고 백신을 접종하고 악화되는 증상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혈액학자 글로리아 거버 박사도 "백신이 로렌제의 PNH를 악화시켜 적혈구의 파괴를 가속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NH는 PIGA 유전자의 후천적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적혈구를 손상시킨다. 보통 적혈구는 폐에서 신체 다른 부분으로 산소를 운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을 사용한다. 하지만 PNH 환자는 헤모글로빈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이 단백질이 신장과 같은 장기에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 혈전이 생겨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재생불량성 빈혈 및 MDS 국제 재단(Aplastic Anemia and MDS International Foundation)에 따르면 PNH 환자는 정기적인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다른 사람의 피를 받는 것만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장하는 PNH 환자 정기 백신 접종에는 MMR, 독감, HPV, 파상풍, 간염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백신을 3가지 한꺼번에 맞을 필요는 없다. 해당 의료진이 3가지 백신을 다 맞아야만 수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 거버 박사는 "수혈을 받기 위해 백신을 다 맞아야 한다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왜 3가지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했나? 

로렌제가 방문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왜 3가지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하려 했는지는 불분명하다.다만, 수막염이나 폐렴 백신은 PNH의 표준 치료법인 보체 억제제(Complement inhibitors) 투여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 이는 면역 체계의 보체 시스템을 억제하는 약물로, 적혈구를 파괴하지 않도록 면역 체계를 억제하는 면역 요법에 해당한다. 면역 반응을 차단함으로써, 신체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병원이 로렌제에게 보체 억제제를 투여하려고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 환자가 빈혈과 같은 증상이 있고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보체 억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에 백신을 맞을 것을 요구 했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렌제가 백신을 맞은 직후 일시적으로 실명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백신 자체에는 실명을 유발하는 성분이 없고 오히려 PNH 자체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PNH에서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 중 하나는 혈전증(혈관 내에 혈전 생성)이다. 비정상적인 장소에서 불시에 혈전을 형성할 수 있으며 간이나 피부와 같은 복부 장기, 심지어 눈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백신 자체보다는 PNH 질환 때문에 눈의 망막 혈관이나 뇌 혈관에 혈전증이 발생해 로렌제의 시력이 일시적으로 상실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데일리메일은 이와 관련 UCI 메디컬 센터에 문의했으나, 아직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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