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와 키스하고 싶겠나"...얼굴에 수백 개 혹 난 女, 59년 은둔한 사연은?

신경섬유종증 1형 앓고 있는 59세 여성...TV프로그램에 사연 신청해 치료 대상자로 선정, "11월 쯤 종양의 80% 제거돼 있을 것"

얼굴을 뒤덮은 수백 개의 종양 때문에 평생 놀림과 조롱을 받아온 59세 여성이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진=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얼굴을 뒤덮은 수백 개의 종양 때문에 평생 놀림과 조롱을 받아온 59세 여성이 혹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의학적 치료를 제공하는 TV 프로그램에 후보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토리아 출신의 아넷지 드 윗(Annetjie de Wit)은 희귀 유전성 피부 질환으로 인해 얼굴에 혹들이 가득하다. 인구 3000~50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신경섬유종증 1형(neurofibromatosis)을 앓고 있는 것이다. 피부 신경을 따라 비암성 종양이 자라는 질환이다. 아넷지는 얼굴에 피어난 종양 때문에 어릴 때 부터 놀림 받아왔고, 커서는 직장 동료들이 조롱해 마음 고생을 하다 일을 그만 두기도 했다.

신경섬유종증을 완치할 수 있는 약이나 치료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미용 시술을 통해 피부에 자란 종양의 외관을 개선할 수 있다. 현재 그는 피부 미용사 리키 스밋 박사와 함께 강도 높은 레이저 치료를 받고 있다. 레이저 소작술을 사용해 병변을 태우고, 병변이 발생하는 깊은 조직을 줄이기 위해 바늘을 사용하는 고주파 치료가 동반된다. 이 치료를 통해 얼굴의 기형적인 병변을 제거하고 있다.

스밋 박사는 “의료진은 대부분의 병변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며, 반응하지 않는 병변은 외과적으로 제거할 것"이라며 "11월까지 전체 종양의 약 80%가 파괴되거나 크게 축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넷지는 “평생 누군가가 나에게 예쁘다고 말해주거나,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걸 원했었다. 어릴 땐 남자 아이가 나를 좋아해서 키스하고 싶어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나와 키스하고 싶겠나. 많은 약을 복용했고 많은 미용 제품을 써봤지만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넷지는 외출이 달갑지 않아 은둔자 처럼 살았다.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싫어서다. 해결책이 없어 자포자기 하던 중 올해 초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인 ‘닥터 누!(Dr Nou!)’에 서 치료 대상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출연 신청을 했고, 최종 선정됐다.

아넷지는 “사실 난 정말 사교적인 사람이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11월 치료가 어느정도 끝나면 12월에 직접 나가서 크리스마스 쇼핑을 할 계획이다.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했다.

해결책이 없어 자포자기 하던 중 올해 초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인 ‘닥터 누!(Dr Nou!)’에 서 치료 대상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출연 신청을 했고, 최종 선정됐다. [사진=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아넷지 사연처럼 신경을 따라 피부에 종양이 자라는 신경섬유종증 1형 가장 흔해

신경섬유종증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 질환으로 신경계통에 종양이 자라나는 질환이다. 비암성(양성) 종양이 신경을 따라 자라나면서 다양한 증상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섬유종증 1형(NF1), 신경섬유종증 2형(NF2), 슈반종증(Schwannomatosis) 등 크게 세 가지 주요 유형으로 나뉜다.

NF1이 가장 흔한 유형이다. 17번 염색체의 NF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이 유전자는 종양 억제 단백질인 뉴로파이브로민(neurofibromin)의 생성을 조절한다. 돌연변이가 있으면 이 단백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신경 섬유의 비정상적인 성장이 일어난다. 피부에 카페오레 반점(café-au-lait spots)이라는 갈색 반점이 나타며, 신경을 따라 피부 신경섬유종이라는 종양이 자라며, 혹이 생긴다. 유년기에는 릴쉬 결절(Lisch nodules)이라고 하는 눈에 작은 결절이 생길 수 있다. 얼굴 종양 외에도 뼈 기형, 학습 장애,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고혈압, 골격 이상, 척추 측만증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NF2는 NF1보다 드물며, 약 25,000명에서 40,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NF2는 22번 염색체의 NF2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이 유전자는 종양 억제 단백질인 머린(moesin)의 생성을 조절한다. 청신경에 종양이 발생해 청력 상실, 이명, 균형 장애를 일으키며 이를 청신경초종(vestibular schwannomas) 또는 양측성 청신경초종이라고 한다. 뇌와 척수에 종양이 발생해 두통, 운동 및 감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피부에 종양이 생길 수 있으나, NF1에서 보이는 신경섬유종처럼 피부 전체에 퍼지지는 않는다.

슈반종증은 가장 드문 형태다. 신경을 둘러싼 슈반 세포에서 종양이 발생한다. 정확한 유전적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SMARCB1 및 LZTR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된다. 주로 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신경 섬유를 따라 종양이 자란다. 이 유형은 청신경초종과 같은 뇌종양이나 청력 상실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일부 환자에게는 종양이 피부에 나타날 수 있지만, 이 역시 NF1만큼 광범위하지는 않다.

신경섬유종증은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다만  다양한 증상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법을 받을 수 있다. 종양이 크거나 신경을 압박해 기능적 문제를 일으킬 경우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며, 피부 병변을 줄이기 위해 레이저 치료가 사용되고, 외모 개선에 도움을 준다. NF2 환자에서는 청력 상실에 대비해 청각 보조기기나 인공 와우 이식술이 필요할 수 있다. 슈반종증은 신경성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약물이나 신경 차단술이 적용된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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