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접촉없는 첫 美 조류독감 환자, 인간 전파 가능성 제기
동거하던 가족 접촉자도 독감 증세
미국에서 동물 접촉 없이 조류독감(H5N1)에 감염된 첫 환자와 동거하던 가족이 유사 증세를 보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인간 전파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주간 독감보고서를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미주리주에 사는 이 환자의 가족 접촉자는 독감증상에 동반되는 소화기계 이상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류독감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독감시즌이 아닐 때 유사증세를 보인 것만으로도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H5N1은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을 포함해 밀접 접촉자 사이에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 환자나 가족 접촉자 모두 동물이나 생우유를 통해 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다고 보고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하루 전인 12일까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루 전날 CDC 관계자는 첫 환자가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불분명하다며 “일회성”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주리주 보건 당국 역시 “모든 접촉자를 파악했으며 관찰 기간 동안 무증상 상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하루 뒤 가족 접촉자의 증상이 CDC 웹사이트에 공개된 뒤 CDC 관계자는 가족 접촉자의 질병이 “언론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맥락과 함께 언급됐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H5N1의 사람 간 전염을 뒷받침하는 역학적 증거는 없다”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CDC는 두 사람 모두 알 수 없는 방식으로 H5N1에 동시에 노출돼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다른 속도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질병 출현시점과 노출시점을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리조나대의 딥타 바타차리아 교수(면역학) “사람이 감염된 시점과 아프기 시작하는 시점 사이에는 항상 다양한 시간이 있다”면서 첫 환자의 경우처럼 추가적 건강문제가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더 빨리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환자는 8월 22일에 입원했다. 밀접 접촉자는 같은 날 증상이 나타났지만 입원하지는 않았기 에 일상적인 독감 감시 체제에 걸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항체 검사를 통해 H5N1에 노출된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 미주리주 관계자는 이러한 검사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가족 접촉자 외에도 입원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에서 환자가 발생했지만 조류독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CDC는 13일 밝혔다. CDC 과학자들은 샘플의 품질이 낮아 입원 환자로부터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자 서열을 얻을 수 없어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환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젖소에서의 H5N1 발병이 처음 보고된 이후 미국의 50개주 중 14개 주의 203개의 젖소무리와 인간 14명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추가 감염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처음 13건의 인간 감염 사례는 모두 감염된 젖소나 가금류와 직접 접촉한 사람들이었으나 미주리주 환자는 동물접촉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