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가 男보다 운전을 더 못한다고?”…천만의 말씀!
교통사고 男의 3분의1 불과…사회적 편견 깨기 위해, 프랑스에선 ‘여자처럼 운전하세요’ 캠페인 벌여
여성이 남성보다 자동차 운전을 더 못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교통 사고를 훨씬 덜 내며 ‘안전 운전’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 국립고등경제학연구대 연구팀은 러시아 법원의 도로규칙 위반 및 차량 운행에 관한 판결문 약 16만 건(2010~2022년)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운전 중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3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음주운전을 할 위험도 여성의 약 2배나 되며, 난폭 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을 위험도 30% 이상(약 3분의 1)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도로에서 다른 사람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위험도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안톤 카준 조교수(국제제도개발연구센터)는 “이런 현상은 아마도 문화적 규범과 운전에 대한 남녀의 태도가 사뭇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여성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 덜 주의하고, 스트레스를 더 쉽게 받고, 뜻밖의 돌발상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내비게이션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 탓에 여성이 교통사고를 일으킬 위험도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연구팀은 이런 고정관념이나 가정이 실제로 공정한지, 남녀 중 어느 쪽의 운전이 더 위험한지 조사했다. 그 결과 교통사고 피고인의 90% 이상이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파악된 러시아 자동차 운전자의 성비(운전자 중 남성이 68%)를 고려해, 통계를 정규화하고 교통 사고 빈도를 계산했다. 운전자 간의 성별 불균형을 충분히 고려한 결과, 남성은 형사 사건으로 이어지는 교통 사고에 연루될 위험이 여성에 비해 3.25배나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남녀의 운전행동 차이가 태도, 즉 남성이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운전하는 경향 때문에 발생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에 의하면 형사 사건의 약 4분의 1에서 남성 운전자가 음주 운전으로 기소된다. 교통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여성 중 음주 운전으로 기소된 비율은 10%에 그친다. 또한 남성이 사망이나 부상을 초래하는 교통 사고를 일으킬 위험도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 표준화를 충분히 고려한 뒤에도, 심각한 공공 위험과 관련된 범죄로 기소된 사람의 약 4분의 3이 남성이었다. 남성은 교통 사고의 약 3분의 2에서 징역형을, 여성은 교통 사고의 50%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부분적으로 성별 사회화, 사회경제적 요인, 지역적∙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해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 사고 발생 건수의 남녀 간 격차가 전국 평균보다 더 좁다. 하지만 다게스탄, 추코트카 등 일부 지역에서는 그 격차가 6~10배, 심지어 20배나 벌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한편 프랑스 비영리 기관 ‘Victimes & Citoyens(피해자와 시민들)’은 올해 5월 안전 운전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Drive Like a Woman, 여자처럼 운전하세요)을 시작했다. 이 기관이 인용한 통계를 보면 교통 사고에 연루된 음주 운전자의 약 93%와 교통 사고로 숨진 젊은 운전자의 88%는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이 치명적인 교통사고의 84%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