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점점 안보여"...집서 염색하다 망막 손상, '이 성분' 때문에?
집에서 염색약 사용 후 일시적으로 망막증 증세 나타낸 여성…염색약 속 파라페닐렌다이아민 성분 때문으로 추정
집에서 염색 후 일시적으로 망막증(retinopathy) 증세를 나타낸 여성의 사례가 보고됐다.
시력 문제 병력이 없는 익명의 61세 프랑스 여성이 방향족 아민이 포함된 염색약으로 머리를 염색한 지 며칠 후 양쪽 눈의 시력이 점점 흐릿해져 병원을 찾은 사례가 최근 《미국의학협회저널 안과학(JAMA Ophthalmology)》에 보고됐다. 이 여성이 사용한 염색약의 방향족 아민 성분은 파라페닐렌다이아민 (paraphenylenediamine)이었다. 파라페닐렌다이아민은 염색약에 널리 사용되는 성분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 결과, 이 여성의 눈에서는 망막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상과 유사한 여러 망막 박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감각신경망막이 두꺼워지는 증상도 보였다. 망막은 안구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얇은 세포층으로, 빛에 반응해 뇌에 신호를 보내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한다. 망막증은 이 망막의 혈관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감염 및 암을 비롯한 여러 가능한 원인은 배제하기 위해 검사를 실시했고, 연구진은 증상과 염색약 노출 사이의 시간적 연관성을 기반으로 염색약 성분에 의해 망막 손상이 일어난 것으로 진단했다.
이 여성은 곧 파라페닐렌다이아민 성분이 없는 염색약으로 바꾸었고, 한 달 이내에 시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의료진에 의하면, 4년 후 해당 환자는 방향족 아민이 들어있지 않은 염색약을 사용하고는 증상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의료진은 파라페닐렌다이아민과 같은 방향족 아민 화학물질이 망막색소 상피세포의 건강에 필수적인 신경화학경로를 교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염색약 방향족 아민 사용과 관련된 망막증 사례는 드물지만, 의료진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망막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 그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염색약과 망막증 사이의 연관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2022년에도 방향족 아민이 함유된 염색약을 사용한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3건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한편,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는 염색약에 허용되는 파라페닐렌디아민 수치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파라페닐렌디아민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대부분 파라페닐렌디아민에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염색약 사용 지침을 따르지 않거나 실수로 너무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사례의 여성이 제품을 올바르게 사용했는지 여부는 보고서에 명시되지 않았다.